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한 지 나흘째인 23일 북한은 김 위원장 추모 분위기가 거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데 주력했다. 동시에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독려하는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사망이 발표된 지난 19일부터 이틀 동안 4,392만여명이 북한 전역에서 조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인구가 최근 2,50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 전체 주민이 1.8회 정도 조의를 표한 셈이라는 얘기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아버지를 애타게 찾는 어린이들'이라는 기사에서 "요즘은 아이들이 어른이 된 것 같다. 민족의 대국상을 당한 조선에서 어른들과 함께 슬퍼하는 어린이들을 두고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실제 조선중앙TV는 이날 어린이 수백 명이 김 위원장 사진 앞에서'아버지'를 부르며 대성통곡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이 TV는 또 김 부위원장이 이날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 위원장의 시신에 재차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참배에는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측근들이 김 부위원장을 수행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김 부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칭송 작업에도 주력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을 추도하는'아, 우리 아버지'라는 글에서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를 결사옹위하여 천만이 총폭탄 되리… "라고 다짐했다. 김 부위원장을 상징하는'대장복'도 충성 독려에 동원됐다. 북한 작가동맹중앙위원회도 '우리민족끼리'에 기고한 글에서"우리에게 대를 이어 '수령복(김일성福)'과 '장군복(김정일福)''대장복'을 안겨주신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하늘 같은 그 은혜 심장에 새기고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를 높이 받들어"라고 표현했다.
이와 함께 조선중앙통신 등은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을 통해 "슬픔에 잠겨 있는 조선 인민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시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반 총장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고 '유엔 사무총장'이라고만 밝혔다. 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조전을 보냈다고도 보도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재일동포조문단에 이어 중국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도 동포조문단이 꾸려져 수십 명의 해외 대표들이 24일과 27일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선중앙통신은 "석탄공업 부문의 노동계급은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분연히 일어섰다"며 "석탄공업성 자료에 의하면 최근 3일 동안 생산량이 현저히 높아졌다"고 밝혀 강성대국 건설도 독려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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