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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후/ 北, MB 전향적 발언 다음날 비난… 남북 유화국면 첫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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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후/ 北, MB 전향적 발언 다음날 비난… 남북 유화국면 첫 고비

입력
2011.12.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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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모색되던 남북한의 유화 국면이 첫 고비를 맞았다. 북한은 23일 김 위원장에 대한 민간 조문을 허용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에 대해‘반인륜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은 더 나아가 남측의 조문단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일부 진보 단체들이 조문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 조문을 둘러싼 논란이 남북 간의 갈등뿐 아니라 물론 남남(南南) 갈등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김 위원장의 사망은 그 동안의 남북 경색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남 도발 사태의 최고 책임자가 사라진 셈이어서 천안함∙연평도 사태 사과 문제를 우회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우회적 조의 표명,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 방북 허용, 전방 지역 성탄 트리 점등 유보 등도 이러한 측면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사회가 안정되면 남북 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대통령의 유화적 언급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남한 정부는) 그 무슨 ‘북 지도자와 주민에 대한 분리 대응’을 공공연히 운운하면서 공식 ‘애도’와 ‘조의 표시’를 부정하고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식으로 불순한 속심을 드러냈다”며 “(이는) 우리 존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조문을 원하는 남측 인사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장담하는 작전까지 폈다. 이는 남남 갈등의 폭을 증대시키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남측 인사들의 조문이 성사되지 않는 책임을 남한 정부에 떠넘기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대표적인 대북지원단체인 민화협조차 조문단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조문 논란 방정식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민화협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전제를 붙이긴 했지만 “진보와 보수, 중도를 아우르는 민화협을 중심으로 한 민간 조문단을 파견하는 것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고 향후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의 ‘조문 파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민주당 이부영 의원의 조문단 평양 파견 제안으로 비롯된 논란은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적잖은 후유증을 낳았다. 이번에도 조문 논란이 갈등의 새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17년 전 조문 파동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한 조문을 계기로 남북한이 일단 대화 채널을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란 평가도 나온다. 한 북한 전문가는 “우리민족끼리라는 사이트는 원래 표현이 과격한 선전 매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며, 강성대국 원년을 열어야 할 북한의 진심도 대결 국면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모처럼 조성된 대화 국면을 지속시키면서 북한의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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