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친언니

교통사고로 숨진 조카의 억대의 사망보험금을 가로채고, 돌려달라는 제부(弟夫)를 자살로 내몬 매정한 언니가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현채)는 조카의 사망보험금 1억2,700만원을 가로채 탕진한 유모(52)씨와 유씨의 동거남 이모(62)씨를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대교에서 술을 마신 제부 김모(51)씨가 몰던 승합차가 방음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뒷좌석에 타고 있던 조카(13)가 숨지자 유씨는 동거남과 함께 "음주운전을 해 보험금을 못 탈 수 있다. 잘 아는 보험회사 직원을 통해 받아주겠다"고 여동생(48)을 꼬드겼다. 경황이 없던 동생은 언니 유씨에게 인감증명과 통장 등을 내줬다.

유씨는 동생의 통장으로 세 차례 들어온 보험금을 직접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가로채 카드 빚을 갚거나 고급 외제 승용차를 사는 데 썼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생 부부는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유씨는 오히려 "네 자식을 죽여 놓고 무슨 자격이 있느냐"며 큰소리쳤다. 지난 7월 5일에는 이 문제로 술을 마시고 유씨와 전화로 말다툼을 한 김씨는 경기 광주시 자신의 아파트 7층에서 투신했다. 딸에 이어 남편까지 잃은 동생은 7월28일 북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