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컨센서스/스테판 할퍼 지음ㆍ권영근 옮김/21세기북스 발행ㆍ324쪽ㆍ1만5000원
중국 정부 주도의 시장경제 발전모델을 뜻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는 중국의 위상 변화를 상징한다. 미국식 시장경제체제의 대외 확산 전략인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대응하는 말로 2004년 중국 칭화(淸華)대 겸임교수인 조슈아 쿠퍼 라모가 처음 제시했다. 기본적인 사유재산권은 인정하되, 혼합적인 소유구조를 채택하고 정부의 폭넓은 경제 개입을 특징으로 한다.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된 <베이징 컨센서스> 는 미국인의 입장에서 이 베이징 컨센서스를 분석한다. 저자는 총 7장에 걸쳐 워싱턴 컨센서스가 실패한 이유와 베이징 컨센서스가 전파된 과정을 설명하고, '미국이 서구적 가치관의 우위를 천명하고 유지하기 위해 세계적인 투쟁을 전개'하는 방안을 소개한다. 베이징>
저자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내정 불간섭의 원칙 아래 권위주의체제를 인정하면서 발전전략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진국에게 더 매력적인 체제라고 파악한다.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은 동구권 국가에서 점점 약해진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적용한 워싱턴 컨센서스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서구식 경제발전 모델이 비생산적이라는 사실을 많은 국가들이 인식하면서, 비서구적이며 비민주적인 새로운 유형, 즉 중국식 시장 권위주의가 대세로 떠올랐다고 말한다.
3,4장에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소개한다. 저자는 중국과 아프리카 독재자의 뒷거래 즉, 이들 국가간 무기거래와 하드웨어 수출을 지적한다. 독재국가인 짐바브웨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8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무가베 대통령 관련 제재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중국의 브레이크로 무산됐다.
다음 장에서는 중국이 직면한 '성장함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중국은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사회 안정화를 이룬 국가이고, 이 안정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권과 윤리를 무시하면서도 경제 성장을 포기할 수가 없는 상태라는 것.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베이징 컨센서스를 유지하는 동력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이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하며, 중국의 모델에서 대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중국아프리카포럼'의 미국 버전을 만든다든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 중국 정부처럼 미국이 개발 지원, 인도적 지원, 외교적 노력, 의료 지원을 뭉뚱그릴 수 있는 강력한 기관을 만든다든가, 중국과 유사한 세제 혜택을 통해 미국의 해외투자를 늘리라는 등의 조언이다. 대개의 경제서가 그렇듯이 이 책 역시 해박한 현황 분석에 비해 대안이 아쉽다.
저자는 아직 "세계는 미국의 리더십 없이는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베이징 컨센서스의 미국적 응용을 주장하지만, 미국이 중국 모델을 벤치마킹한다는 것 자체가 작금의 경제 환경에서 중국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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