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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국정원의 '2시간' 미스터리

입력
2011.12.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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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북한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의 예측부터 보자. 대부분 김정은과 후견 세력 중심의 집단지도체제, 군 쿠데타나 인민 봉기 가능성 희박, 대 북한 영향력 유지를 바라는 중국의 후견 및 지원 등을 예상하면서 돌발사태가 터지지 않는 한 최악의 경우는 가정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우리 국민은 북한을 겪을 만큼 겪었다. 내부 불만을 외부 도발로 희석하고, 핵무기로 체제를 보위해온 북한의 전략을 웬만한 국민은 다 안다. 북한의 상황 별 카드가 빤하니 북한을 불안하게 볼 이유는 적다. 정작 국민들의 불안한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다름 아닌 우리 내부, 김정일 사망 발표 과정에서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국가정보원이다.

김정일 사망 사실을 조선중앙TV 발표를 보고 알았다는 국가정보원장의 국회 발언에 국민들은 아연했다. 이러고도 국정원이 국내 최고 정보기관을 자임하는지 개탄이 쏟아졌다. 국정원은 선술집 주당들의 안줏거리가 됐고 저잣거리에서는 국민들의 혀 차는 소리가 높다.

인터넷 매체보다도 못한 국정원

폐쇄적 통제사회인 북한을 상대로 정보ㆍ첩보 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 사실을 모를 국민은 없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국정원이 정치적 외풍을 타면서 전문요원들이 무더기로 옷을 벗는 바람에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북한 관련 정보 수집 활동이 어려워졌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못 미덥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몰랐다"는 결과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결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이다.

19일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오전 10시 조선중앙TV가 12시 특별방송을 예고했다. 이어 10시 23분, 10시 30분에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이 잇따라 특별방송 예고를 했다. 이후에도 각 매체들의 예고 방송이 이어졌다. 국내 언론은 오전 11시 이전에 이미 "중대방송은 있었지만 '특별방송'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소식을 전했을 때뿐이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한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는 북한 내 주민과 직접 위성통화를 한 뒤 오전 11시41분 "김정일 사망 보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 시각 인터넷에는 김정일 사망설이 파다했다.

도대체 오전 10시 이후 2시간 동안 국정원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축적된 정보와 경험에서 절대 열세인 민간 언론조차 에둘러 김정일 사망 보도 가능성을 타전하고 있을 때 국정원은 어떤 프로세스를 밟고 있었을까. 북한 관련 부서와 인력이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그 프로세스는 정말 정상 작동한 것일까. "몰랐다"는 말이 정말 "몰랐다"는 의미일까.

국정원에 대한 국민 불안의 핵심은 이것이다. 국정원이 첩보를 분석ㆍ판단해 결론을 내리는 과정과 능력에 중대한 하자나 결함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특별방송 예고'라는 중대 첩보를 재료 삼아 '김정일 사망'또는 '사망 가능성'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분석ㆍ판단력이 크게 떨어진다면 인적 네트워크 붕괴나 정보 수집력 저하보다 더 중대한 사태다. 수많은 징후 뒤에 숨은 사실을 찾아내야 하는 정보기관의 분석ㆍ판단력은 몇 시간 만에 끝날 수 있는 현대전에서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북한 발표가 김정일 사망보다 더 심각한 '무엇'이었다고 가정하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다.

특별방송 예고된 후 뭘 했나

국정원장 교체 요구가 점증하고 있지만 원장 한 사람 경질하는 것은 근본 처방이 아니다. 19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2시간 동안 국정원에서 어떤 프로세스가 진행됐는지, 그 프로세스의 결함이나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아내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 정보기관의 특성을 감안해야겠지만 필요하다면 외부 기관이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과감한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

뒤늦게 대통령이 '공개할 수 없는 중요한 정보사항'이 있다고 국정원을 두둔하고 나섰지만 그렇다고 "몰랐다"는 결과는 뒤바뀔 수 없다.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정원은 국민 불안과 불신을 씻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

황상진 편집국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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