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대대적인 변화의 기운이 느껴진다. 최강희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전 대표팀과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천명했다.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이 끝나는 2013년 6월까지만 대표팀을 지휘하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파격적인 최 감독이다. 변화의 폭은 일반의 상상을 뛰어 넘을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해외파'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부분이다. 최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받아 든 자리에서 "소속 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은 체력과 감각에서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유럽에서 활약하더라도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보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해외파 프리미엄'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축구 대표팀에서 '해외파'의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소속 팀에서 벤치를 지키더라도 대표팀에서는 중용됐다. 결과가 좋으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자 여론은 물론 팀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선수의 부모가 "대표팀 차출을 자제해 달라"고 나서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최 감독은 '벤치에 있는 해외파'는 대표팀에 부르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해외파'의 경기 출전 여부는'최강희호'의 변화 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광래호'의 주축을 이뤘던 '해외파'에게 연말 소속 팀의 일정은 태극 마크를 유지하기 위한 시험대의 의미를 지닌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조광래호'의 캡틴이었던 박주영(26ㆍ아스널)이다. 박주영은 지난 9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전통 명문 아스널 유니폼을 입으며 화제를 뿌렸지만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EPL 정규리그에 데뷔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박주영은 조광래 전임 대표팀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대표팀 공격의 핵으로 기용됐지만 최강희 감독으로 사령탑이 교체된 이상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최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은 국내 공격수 중 첫번째로 뽑아야 한다. 박주영은 대표팀에서는 잘하고 있지만 모든 게 참고사항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으로서는 팀 전체의 틀을 바꿀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박주영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박주영으로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28일 울버햄턴, 내달 1일 퀸즈파크레인저스와의 EPL 경기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계속 벤치만 덥힌다면 소속 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보장 받을 수 없다.
조 감독의 총애를 받았던 지동원(20ㆍ선덜랜드)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최강희호'에 탑승할 가능성은 낮다. 지동원은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EPL에 입성했지만 이후 소속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며 대표팀에서도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선덜랜드는 27일 에버튼과 홈 경기를 치른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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