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급여세 감면 연장안을 놓고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벌인 세금 전쟁에서 승리했다.
베이너 의장은 22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급여세 감면 2개월 연장안에 전격 합의했다. 연장안은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23일 통과될 예정이다.
상원에서 먼저 통과된 연장안은 급여세율 2% 포인트 감면 시한을 올 연말에서 내년 2월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를 주도한 오바마 대통령은 “1,600만 근로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연장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말 휴가를 취소하고 워싱턴을 떠나지 않겠다”며 의회를 압박했다. 실제 부인 미셸과 두 딸은 16일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 홀로 남아 현안을 챙겼다. 그는 21일에도 베이너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장안 수용을 촉구했다.
베이너 의장은 내년 2월 재연장을 다시 논의해야 하고, 이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명분만 키워준다며 2개월 연장 방안에 반대했다. 그러나 상원에서 찬성 89대 반대 10의 초당적 지지로 통과되자 공화당 내부에서도 그의 반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평소 세금감면을 주장해온 베이너 의장의 소신과 배치된다는 점, 급여세 감면 연장이 무산되면 공화당 책임론이 확산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연말을 앞두고 상원의원 대부분이 지역구로 돌아가 새 합의안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베이너 의장의 부담을 키웠다. 이런 이유로 이번 세금 전쟁은 베이너 의장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미 언론은 지적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인 가구당 1,000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됐다”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혈투에서 연장안 최대 수혜자인 중산층 지지와 함께 휴가까지 전리품으로 챙길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이 될 뻔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23일 하와이로 떠나 가족과 합류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