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그러나 한국 미국 일본과 유럽의 주요국들이 퇴장한 가운데 열린 반쪽자리 묵념이었다.
나시르 알 나세르 유엔총회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오후 총회에 앞서 “17일 사망한 김정일을 추모하는 슬픈 임무를 맡게 됐다”며 1분간 묵념을 요청했다. 그는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방위원회 위원장, 조선인민군 총사령관 등 김 위원장의 공식 직함을 일일이 열거했다.
당시 총회장에는 193개 회원국 외교관 중 절반 가량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한국 미국 일본의 외교관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회원국 외교관 다수가 묵념을 거부하고 퇴장했다. 퇴장한 외교관들은 실제 25초간 진행된 묵념이 끝난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유엔총회 차원의 공식 추모 묵념은 전날 북한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알 나세르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요청을 수락한 것에 대해 “유엔 회원국에 대한 외교 의례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유엔은 국가원수가 사망했을 때 해당 국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관례적으로 추모 묵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방 외교관들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모 묵념 결정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수 만명이 사망한 데 책임이 있는 사람의 죽음”이라며 “김정일은 유엔에 모범이 되는 지도자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안보리에도 묵념을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체코 정부는 18일 숨진 벨벳혁명의 주역 바츨라프 하벨 전 대통령에 대해서 이런 묵념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추모 묵념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앞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분향소가 마련된 첫날인 20일 아샤 로즈 미기로 사무부총장을 보내 조문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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