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이 22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혁명위업의 계승자·인민의 영도자'로 명시, 사실상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또 '유훈'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김 부위원장의 '혁명 업적'도 선전하기 시작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영생하실 것이다'라는 장문의 1면 사설에서 "김정은 동지의 영도는 주체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완성해나갈 결정적 담보"라면서 "김정은 동지의 두리(둘레)에 단결하고 또 단결해 영도를 충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지켜 주체혁명, 선군혁명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가야 한다"며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유훈'을 공식 언급했다.
북한 당국이 국가의 정책과 비전 등 주요 국정사안을 노동신문을 통해 제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설은 사실상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공식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당분간 '유훈 통치'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및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도 이날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혁명생애는 영원불멸할 것이다'는 사설에서 "김정은 동지께서는 장군님(김정일)의 혁명적 신념과 의지, 배짱으로 제국주의 반동들의 책동을 단호히 짓 부셔 버리셨다"며 김 부위원장의 이른바 '혁명 업적'을 본격 선전했다. 김 부위원장의 업적이 북한의 공식 매체에서 언급된 것도 처음이다.
민주조선은 특히 김 부위원장의 최고 업적으로 김 위원장의 사상과 영도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계승을 꼽았다. 신문은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과 함께 "인민군 군인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찾아 우리 군대를 혁명의 제일선을 지켜선, 가장 위력한 전투대오로, 백두산 혁명강군으로 강화 발전시켜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이 국방력 강화에 항상 깊은 관심을 가진 결과, "조국의 자주권과 인민의 안녕은 굳건히 지켜지고 우리 공화국은 불패의 군사강국으로서의 존엄과 위용을 힘있게 떨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지난달 연평도 등 서북도서ㆍ황해도 인근을 관할하는 4군단장에서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던 북한 군부 내 대표적 강경파인 김격식이 김 위원장의 사망 전 김정은의 군사보좌관으로 승격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전문매체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는 이날 "김격식이 김정일 사망 이전에 보직이 변경돼 김정은의 군사보좌관으로 승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격식은 최근 1~2개월간 4군단과 관계 없는 자리에 등장하면서 경질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자 단체의 주장일 뿐 아직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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