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 대응 차원에서 내린 5∙24 제재 조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전향적이고 유연한 남북관계 정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내년 초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사 등을 통해 전향적인 대북 정책 방향을 제시한 뒤 남북간 접촉 결과 및 주변국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2월 중에 '특단의 대북 조치'를 천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틀을 정립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맞고 있다"며 "그간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부 조치가 내년 초에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정부가 내린 5∙24 제재를 결과적으로 해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의 궁극적 책임은 최종 명령권을 가진 김 위원장에게 있다"며 "김 위원장 생전에 사과를 받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원인 제공자가 사망한 만큼 우리 정부와 김정은 주도의 북한 정권이 이 문제에서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5∙24 조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당연한 제재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북 서로에게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라며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이라는 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를 위해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 됐다는 판단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내에는 갑작스런 대북정책 전환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중론 입장을 가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중요한 것은 북한의 변화이므로 이에 따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와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 "우리가 취한 조치들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에게 보이기 위함이고 북한도 (우리가) 이 정도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조문 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후 대북 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북한 체제가 확립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우리나라나 미국, 일본, 중국,러시아 모두 북한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면에서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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