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 400만원! 노후보장! 배당금까지!'
연말이면 은행들이 앞다퉈 선전하는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개인연금신탁, 연금신탁, 퇴직연금 등 소득공제 연금상품들이다. '13월의 보너스'라 불리는 연말정산을 지렛대 삼아 한시라도 서둘러 가입하라고 재촉한다. 가뜩이나 물가상승률보다 못한 은행 이자가 불만인 고객들에겐 그야말로 1석3조의 상품인 셈이니, 솔깃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은행들이 결코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3가지 혜택엔 소비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고객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그들의 마케팅은 결국 자기 배 불리려는 상술이라는 얘기다.
먼저 금융상품의 기본이랄 수 있는 수익률(배당률)은 쥐꼬리만한 예금 이자에도 못 미친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10개 은행의 개인연금신탁, 신개인연금신탁, 연금신탁, 퇴직신탁, 퇴직연금 등의 올해 평균 배당률이 2.1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대표적인 소득공제 상품의 수익률이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3.8%)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을 제외한 4개 소득공제 상품(연금신탁)의 올해 평균 배당률(2.92%) 역시 예금 금리보다 낮았다.
노후보장이라는 긴 안목의 투자 측면에서도 소득공제 상품의 매력은 떨어진다. 금소연에 따르면 10개 은행 연금신탁 상품의 5년간 평균 배당률은 3.90%로, 같은 기간 정기예금 평균 금리(4.5%)를 밑돌았다. 그나마 신한은행이 가장 근사치(4.48%)였고, SC제일은행은 겨우 3%대였다.
이 수치대로라면 차라리 정기예금을 꾸준히 갱신하는 게 나은 셈이다. 연금신탁은 일단 가입하면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저축 여력이 없어 중도 해지하면 원금의 80% 정도인 해약환급금만 받을 수 있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은행들이 최고의 장점으로 추켜세우는 소득공제 혜택도 따져봐야 한다. 공제한도는 400만원이지만, 실제 환급되는 돈은 소득 수준에 따라 몇 만원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게다가 중도 해지하면 그간 혜택 본 금액을 죄다 토해내야 한다. 원금 손실에 기타소득세, 해지가산세(5년 내 해지) 등이 따라붙는다. 정부가 노후보장이라는 점을 강조, 장기 보유를 유도하기 위해 일종의 징벌 규정을 둔 탓이다.
예컨대 연 400만원씩 4년간 붓다가 해지하면 원금 1,600만원 중 80%인 1,280만원만 남는다. 여기에 기타소득세 22%(282만원), 해지가산세 2.2%(36만원)를 빼면 962만원만 건질 수 있다. 경제적 사정으로 부득불 해약하면 손해가 막심해 투자를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물론 은행들은 예외 없이 돈을 번다. 정부의 세금 환급을 마치 자신들이 주는 혜택인 양 생색을 내고, 정작 상품 운용은 소홀히 하면서 판매에만 열을 올려 수수료 수익만 챙기기 때문이다. 금소연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외환 기업 산업 농협 씨티 SC제일 등 10개 은행의 소득공제 상품 수탁고는 30조원이 넘고, 이를 통한 연간 수수료 수익은 2,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조남희 금소연 사무총장은 "예금이자보다 못한 금리를 주면서 노후보장 운운하는 마케팅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개인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고려와 정확한 설명 없이 판매되는 소득공제 상품에 대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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