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 상황실을 전격 방문하려다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통수권자로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연합 방위태세를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21일 오전 8시쯤 청와대에서 연합사로 예정에 없던 연락이 왔다. '이 대통령이 곧 방문할 테니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군 관계자는 "연합사는 미군의 정보감시자산이 수집한 대북 정보를 바탕으로 매일 오전 9시에 상황보고회의를 열고 한반도 안보정세를 총체적으로 점검한다"며 "이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연락을 받은 연합사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내용을 두 번이나 예행연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여분쯤 지나 청와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방문이 갑자기 취소됐다는 내용이었다. 왜 취소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그렇다고 이유를 물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연합사를 예고 없이 방문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6일 후인 29일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다음 곧바로 연합사를 찾았다. 이날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이 이틀째 계속된 날로, 이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훈련은 상대에게 큰 압박이 될 것"이라며 북한을 향해 강경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청와대도 당시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직접 훈련 상황을 챙겨보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대통령의 일정을 여러 가지로 준비해 놓고 있다가 유동적으로 선택한다"며 "실무 차원에서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이 시점에) 연합사를 방문하면 메시지 관리상 북한과 괜한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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