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청와대에서 티타임 형식으로 독대했다.
박 위원장이 지난 6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3개국을 방문한 뒤 특사활동 보고를 위해 단독 회동한 지 6개월여만이다. 특히 이날의 만남은 박 위원장이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여당 대표 자격으로 이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몇 차례 독대와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명실상부한 여권의 '양대 주주'가 마주 앉은 것이어서 '깊은 얘기'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의 회담이 끝난 뒤 박 전 대표는 50분 가량 청와대에 더 머물렀는데, 두 사람의 독대는 20분 가량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은 "이동 시간 등을 빼면 두 분이 20여분 동안 얘기를 나눈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국회로 돌아온 뒤 "무슨 얘기를 나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현 시국 및 예산국회 진행과 관련해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말하기보다 듣는 입장이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울러 비중 있는 정보공유가 이뤄졌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케 했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박 위원장이 '여야 대표의 본 회담 내용 중 밖으로 내놓지 못할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며 "독대 내용에 대해선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선 당면 현안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전후한 북한 동향 등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정보가 독대를 통해 박 위원장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아울러'김정은 체제'에 대한 대응 방안과 미국∙일본∙중국 등과의 공조 대책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국론 분열 방지와 국민 불안 해소 방안을 놓고 포괄적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벼랑 끝에 선 한나라당의 상황을 감안할 때 당 쇄신 방향 등이 독대 자리의 중요한 주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관심사는 역시 총선을 앞두고 당내 화두로 부상할 인적 쇄신과 공천 방향 등에 대한 의견 교환 여부다. 한 여당 관계자는 "여권의 양대 주주가 만난 만큼 공천에 관한 얘기는 당연히 오고 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 와중에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정보 제공과 설명이 있었을 수도 있다.
예산국회와 관련해서는 민생ㆍ서민 정책에 대한 당정간 협조가 재확인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의 원만한 국회 처리를 당부하고, 박 위원장은 민생∙서민 예산의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독대는 사전에 계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제가 당의 중책을 맡고 처음이라 잠시라도 티타임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이 대통령이) 일부러 신경을 쓰신 것 같다. 처음 만남이어서 일부러 마음을 쓰신 것 같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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