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러시아 총선 '체첸 미스터리'… 푸틴 여당에 99% 몰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러시아 총선 '체첸 미스터리'… 푸틴 여당에 99% 몰표

입력
2011.12.22 17:30
0 0

투표율 99.4%에 여당 지지율 99.5%!

이달 초 러시아 총선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통합러시아당은 체첸 공화국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체첸은 푸틴이 1999년 대규모 침공(2차 체첸사태)을 감행한 곳이라, 푸틴에 대한 여론이 좋을 리 없는 지역. 더 높은 득표율을 놓고 선거관리 공무원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고 표를 돈으로 사는 일이 만연하면서 이런 비현실적 득표율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로이터통신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전쟁을 벌였던 체첸 사람들이 통합러시아당이 거둔 득표율에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도 그로즈니의 한 주민은 "통합러시아당은 푸틴의 당"이라면서 "그걸 아는 체첸인들은 결코 푸틴에게 찬성표를 던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광범위하게 자행된 선거 부정에도 불구하고 통합러시아당이 전국적으로 거둔 득표율은 50%에 못 미쳤다. 하원 의석은 가까스로 절반을 넘겼을 정도로 푸틴의 인기는 예전만 못했다. 그런데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수십만명의 사망자를 내 푸틴에게 이를 갈아온 체첸에서 유독 여당 지지율이 99%를 넘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돈은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다. 메크케티 마을의 주민 대그메인 카세이노바(53)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관리 직원들이 결과가 좋으면 큰 돈을 줄 것이라 약속했다"며 "우리 마을이 가장 높게 나와 상금을 받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런 상금 경쟁 때문에 중도좌파 성향 정의러시아당 소속 당원의 90% 이상이 통합러시아당 경쟁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돈에 영혼을 판 사람들도 있지만, 정부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여당을 찍은 주민도 상당수다. 친러시아 성향의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 집권 이후 계속된 공포정치 때문에, 체첸인들은 정부에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마음 놓고 대화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

이처럼 금권선거가 자행된 것이 명백하지만 실제 체첸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신고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국제 선거감시단이 안전 문제 때문에 체첸에서 활동하지 못하면서, 정부가 이런 탈법행위를 마음 놓고 저지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