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미국인 아더 패터슨(32)이 범행 발생 14년 8개월 만에 기소됐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민적 분노를 유발한 이번 사건의 진범을 법정에서 가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윤해)는 1997년 4월3일 서울 이태원동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 살해 용의자인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패터슨은 범행 당일 오후10시쯤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던 조씨의 목과 가슴을 흉기로 9차례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다. 검찰은 패터슨이 범행 직후 머리와 양손, 상하의가 피로 범벅이 됐고, 범행도구인 피 묻은 흉기를 하수구에 버리고 옷을 불태운 점을 근거로 그를 범인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조씨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를 패터슨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패터슨 친구의 진술도 증거로 확보했다.
이 사건 발생 당시 검찰은 범행 현장에 함께 있던 패터슨의 친구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판단하고 기소했지만 리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패터슨이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검찰은 조씨가 살해 당시 배낭을 메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 조씨보다 키가 작은 패터슨이 배낭을 잡고 조씨를 고정시킨 후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씨와 범인의 신체접촉이 불가피했던 점에 비춰 범인은 패터슨처럼 피범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검찰은 과거 범인을 잘못 지목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진술분석, 혈흔형태기법 등 최첨단 수사기법을 동원했다. 도검 전문가와 사체 부검의, 미군 범죄수사대 수사책임자 등을 조사하는 한편 범행현장과 동일한 크기의 세트까지 만들어 범행을 재연하는 절차도 거쳤다.
미국으로 도주했던 패터슨에 대해 2009년 12월 범죄인인도청구를 한 검찰은 지난 5월 패터슨이 미국에서 범죄인인도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내 송환에 대비해 보완수사를 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일정과 송환 절차를 감안할 때 패터슨이 국내 법정에 서려면 최대 2, 3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패터슨은 소년법에 따라 최고 1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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