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신빙성이 없고 민씨 주장만으로는 조씨가 범행에 가담한 것을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증인들의 진술이 서로 다르고, 직접 본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들었다는 내용 위주여서 증언의 진실성이 떨어져요." "노인인데다 팔과 다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도 못하는 사람을 공범으로 해서 강도를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금은방 강도 혐의를 받고 있던 '대도(大盜) 조세형'이 22일 국민참여재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날 오후 8시10분쯤 기자를 포함한 12명의 '그림자 배심원'들은 위에서처럼 이견 없이 30분만에 무죄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에 권고의견을 제시하는 9명의 일반 배심원단도 1시간만에 전원일치로 무죄 평결에 도달했다.
조씨의 국민참여재판은 21일 오전 11시30분부터 서울동부지법 법정에서 시작됐다. 2년 전 금은방 사건에 대한 강도상해 및 특수강도 혐의다. 조씨는 '훔치기는 해도 강도 짓은 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내세우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
백발이 성성한 조씨는 담당검사의 기소요지 발언 동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조씨는 범죄사실을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않았기에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히 부인했다.
법정 공방의 쟁점은 2009년 4월 경기 부천시 한 금은방 주인집에서 일어난 강도사건 현장에 조씨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 사건의 공범인 민모(47)씨는 범행 전 사전 답사과정, 범죄 당시 상황에 범행 후 도주 행적까지 자세히 진술하며 조씨의 가담사실을 담담히 증언했다. 특히 민씨는 "조씨로부터 '2008년 10월 성남시 분당 구미동에서 강도를 했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강도짓을 하지 않는다는 조씨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4시간에 걸친 민씨의 증언에서 조씨가 현장에 있었음을 증명할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 이틀째인 22일에는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조씨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조씨는 자신의 주장에 반하는 증언이 나올 때마다 한숨을 푹 쉬기도 했고, "내가 언제 그랬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조씨는 이틀간의 증인심문이 끝난 뒤 최후 진술에서 "절도범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자기 계발로 연결시키지 못해 송구스럽다. 이번 사건은 정말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민씨의 진술과 여러 정황 등을 토대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인데다 신체상태가 범행에 적합하지 않고 공범들이 굳이 새 공범으로 조씨를 찾았다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배심원단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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