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리 마을 모든 걸 책 한 권에 담았어요" 성산2동 주민들 뜻모아…1000여쪽 마을지 발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리 마을 모든 걸 책 한 권에 담았어요" 성산2동 주민들 뜻모아…1000여쪽 마을지 발간

입력
2011.12.22 17:32
0 0

"우리 마을의 모든 게 이 한 권에 담겼어요. 1977년 성산2동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마을과 관련된 기록물이 없다는 안타까움이 주민들을 하나로 모은 겁니다."

이달 초 '성산2동지(誌)'라는 제목의 1,000페이지짜리 두터운 책이 나왔다. 저자는 전문 저술가가 아닌, 서울 마포구 성산2동 '마을지 편찬위원회' 소속 주민들이다. 이들이 웬만한 논문 분량의 책을 낸 이유는 마을의 모습과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다. 동장 이수병(57)씨를 필두로 주민 24명은 지난해 4월 자료수집 계획을 세운 뒤 20개월에 걸쳐 발품을 판 노력 끝에 결과물을 내 놓았다.

마을지에는 동 이름의 유래, 역사 등이 총망라 돼 있다. 성산 2동의 법정동 중 하나인 중동이 과거 조선시대 한양 조씨들의 집성촌이어서 '조촌'으로 불렸던 사실, 조선시대 청나라에 끌려갔던 부녀자들이 7년 만에 돌아왔는데도 정조를 잃은 환향녀(還郷女)라며 집에서 쫓겨나자 인조가 홍제천에서 목욕을 하면 죄를 물지 않게 했다는 화냥년 어원의 유래 등이 기록돼 있다. 역대 동장과 학교장 등 인물부터 복지 및 의료시설, 주택 현황 등도 포함돼 있다.

시작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이 동장은 "지난해 초 한 경로당을 방문했을때 85년 발간됐던 '성중새소식'이란 4페이지짜리 마을신문을 발견했다"며 "우리도 한 번 만들어보자며 지난해 9월부터 마을지 편찬 추진위를 구성해 본격 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자료 수집엔 주민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기한이 지나 폐기한 공문을 주민들이 기증하기도 했다. 편집위원장을 맡은 안상옥(83)씨는 "30년 전 주민자치위에서 수여한 위촉장 등을 보관해온 어르신들이 기꺼이 기증 의사를 밝혔다"며 "심지어 6ㆍ25전쟁 당시 인민군을 피해 숨어들었던 산속 토굴을 직접 찾아준 할머니, 자신이 찍은 300여장의 사진을 내놓은 주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제작 비용 3,200만원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였다. 주민자치위원장 이광석(64)씨는 "마을 발전기금으로 조성된 1,500여 만원, 구청에서 지원한 750여만원으로 겨우 해결했다"고 전했다.

고비를 무사히 넘긴 탓인지 책을 손에 쥔 주민들의 얼굴에는 지역의 역사를 기록해냈다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이 동장은 "주민들의 열정이 그대로 이어져 30년 뒤 후손들이 새로운 역사를 덧붙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