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야심이 노골화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사후 연정 형태로 유지되던 이라크 권력을 시아파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수니파 숙청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말리키 총리는 수니파 주도의 정당연맹체 이라키야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가 21일 쿠르드자치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청한 타리크 알 하셰미 부통령은 이라키야를 이끄는 지도자다. 하셰미 부통령은 19일 폭탄테러 및 암살모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쿠르드 지역으로 피신했다. 말리키는 또 수니파 수장 살레 알 무트라크 부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이라키야에 수니파 몫으로 배당된 9개의 장관직을 회수하겠다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키야의 오판이 말리키에 빌미를 줬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이라키야는 325석 중 91석을 차지하며 제1당 자리에 올랐다. 헌법대로라면 총선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이 있었지만 말리키는 "최대 정당이 총리직까지 가져가면 이라크가 다시 독재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협상 끝에 총리직을 유지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말리키는 권력분점위원회 창설과 중립인사 기용 등을 미끼로 이라키야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부통령만 3명인 기형적인 내각이 출범했다. 그러나 정확히 1년 뒤 말리키는 국방ㆍ내무장관을 총리 직속으로 만들었고 권력분점위 논의도 없던 일이 돼버렸다.
2008년 미국과 체결한 안보협정은 말리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협정의 골자는 '2011년까지 미군이 완전 철수한다'는 내용인데, 당시 시아파 정부는 2006~2007년 발생한 종파간 분쟁을 미국의 개입 덕분에 봉합하고 군ㆍ경찰 통제력을 회복한 상황이었다. CSM은 "말리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둔 연장 제안을 거부한 것도 미군 철수 후 충돌이 생기더라도 무력으로 제압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22일 연쇄폭발이 일어나 최소 63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AP통신은 알아말 지역을 포함한 12곳에서 14차례 이상의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피해 지역은 주로 시아파 거주 지역이다. 동시다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아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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