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경기 성남시가 이번에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준예산 편성'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상황에 처했다. 성남시의회가 내년도 시 예산안(2조768억원)을 처리하지 못하고 파행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와 성남시의회는 22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준예산 편성 위기 책임은 상대방에 있다'며 서로를 비난했다.
당초 시의회는 20일 제4차 본회의에서 시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한나라당 이덕수 시의원이 돌연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 시작됐다. 이 동영상에는 지난달 12일 시청광장에서 벌어진 판교철거민대책위와 이재명 성남시장 간의 몸싸움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의원은 영상을 내보낸 뒤 "화면 상으로는 이 시장이 먼저 때린 것으로 보인다. 인권변호사 출신 시장님이 '경찰 불러' '다 잡아 넣어' 등의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 시장은 "품격을 지켜라. 정도가 있어야지, 아무리 의원이라도 그러면 안 된다"며 삿대질과 고함을 쳤다. 이 시장의 정무비서인 백모씨도 합세해 이 의원을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이 "진실을 밝히려는 건데, 뭐가 어떠냐"고 맞서면서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이 사건으로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 정회가 거듭됐고, 결국 정례회 회기 종료시점(20일 자정)을 넘겼다. 시의회는 회기를 하루 연장해 21일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백 비서 파면과 시장의 사과 없이는 내년도 예산안 의결은 없다"며 등원을 거부해 정족수 미달로 다시 무산됐다.
현재 시의회는 연간 법정 회기 100일 중 98일을 사용해 의장 직권으로 임시회를 열 수 있는 회기는 이틀만 남았다. 더구나 이날도 시와 시의회 양 당은 자기 의견만 주장해 타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시 관계자는 "준예산 편성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준예산 체제로 전환되면 인건비, 기관운영비, 사회복지관련경비 등 법정경비만 쓸 수 있어 시정추진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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