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정일과 하벨, 인생 역정만큼 다른 '마지막 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정일과 하벨, 인생 역정만큼 다른 '마지막 길'

입력
2011.12.22 12:07
0 0

두 사람의 마지막 길은 서로 달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다음 날인 18일 숨진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운구식은 전세계의 애도와 체코 국민의 박수갈채 속에 진행됐다. 도시 전체가 눈물바다가 됐음에도 눈물의 진의가 의심 받은 평양과는 확연히 대비됐다.

BBC방송은 18일 지병으로 숨진 하벨 전 대통령의 운구식이 23일 1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부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은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와 조국의 민주화를 이끈 영웅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도열한 수백명의 군인들을 뒤로 한 채 하벨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가 선두에 서고 하벨의 부인 다그마르 베스크노바와 추모 행렬이 뒤따랐다. 시내 올드타운을 통과한 영구차가 프라하성에 도착해 관을 내리자 길 양쪽에 늘어선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일부는 혁명 때 공산주의 체제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로 사용한 열쇠를 꺼내 흔들기도 했다. 체코 정부는 21일부터 사흘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놀라운 성품과 굳은 신념을 가진 인물"이라고 하벨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그는 "하벨의 삶은 전쟁과 공산주의 몰락, 민주주의 도래 등 지난 세기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그는 혁명의 상징이며 사람들은 그로 인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칭송했다. 멀리 슬로바키아에서 온 한 시민은 "하벨은 양심에 따라 진실과 조화의 삶을 산 전형"이라며 "그는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조의를 표했다.

앞서 하벨의 타계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세계 각국은 큰 지도자를 잃었다며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독재 체제에 평화적으로 저항했던 위대한 리더가 세상을 떠났다"며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는 그가 보여준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기억할 것"이라며 "독일은 위대한 유럽인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23일 프라하성에서 거행되는 장례식은 체코 공화국 독립 이후 첫 국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식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포함해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시몬 페레즈 이스라엘 대통령 등 세계 각국의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