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올 초 발표한 '2010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만화, 잡지를 제외한 일반 도서를 1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6.5명으로 전년에 비해 0.7명 정도 줄었다. 올 한 해 국내 출판계의 흐름도 이 같은 독서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오프라인 서점의 잇따른 부도, 출판유통업체와 중견 출판사들의 도산 등은 위축된 출판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밀리언셀러는 나왔고 인터넷서점이나 전자책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2010년 독서실태 조사에서 책을 읽은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전년 대비 1.3권, 하루 독서시간은 10분 늘었다. 독서 인구의 형태가 '빈익빈 부익부'로 바뀌었을지는 몰라도 책의 수요 자체가 크게 줄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올해 출판계의 사건들을 숫자로 정리해본다.
150만부 < 아프니까 청춘이다 >
올해 최대 베스트셀러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 지난해 12월 말에 출간된 이 책은 1년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22일까지 153만부 넘게 팔렸다. 감당하기 어려운 등록금과 '스펙' 쌓기에 짓눌려 가며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해도 월수 88만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밖에 될 수 없는 현실에 망연한 젊은이들은 이 책이 담은 위로의 메시지에 공감했다.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소통'을 갈구하는지를 이 책의 판매 기록이 새삼 방증했다. 아프니까>
첫날 10만부 팔아 치운 잡스 전기
<아프니까 청춘이다> 의 베스트셀러 행진에 못을 박은 책은 <스티브 잡스> . 이 책은 판매와 동시에 교보문고를 비롯해 예스24, 알라딘 등 대부분의 인터넷서점에서 일일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초판 10만부는 첫 날 모두 소진됐고, 22일까지 50만부 가까이 팔렸다. 정보기술 혁신가로서, 경영자로서 잡스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확인케 해준 동시에 이 시대가 얼마나 멘토를 원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스티브> 아프니까>
140자 트위터 영향 어록 출판 붐
중동 민주화의 도화선이 되면서 영향력을 과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국내 출판계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쳤다. 100만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렸다는 작가 이외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글을 모은 책을 냈다. 더 중요한 것은 최대 140자까지 담을 수 있는 트위터처럼 짧은 글의 유행이 기존의 어록 출판을 자극했다는 점이다. 잡스, 이케다 다이사쿠(일본 창가학회 명예회장)의 명언을 모은 책이 불티나게 팔렸고 <365일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등 자기계발서 분야에서도 짧은 글을 모은 책이 위력을 발휘했다.
'1 vs 99' 자본주의 이대로 안 된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가운데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혁명에 가까운 메시지를 담은 서적에서부터 제대로 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책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오! 당신들의 나라> <자본주의 4.0> <창조적 자본주의>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자본주의와 그 적들>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자본주의 새 판 짜기> <새로운 자본주의 선언> 등은 정부의 경제 참여,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자본주의> 자본주의> 자본주의와> 자본주의를> 창조적> 자본주의> 오!>
1만2,000원 책값 부동의 1위 이유
출판저널이 올해 신간 3,105종의 정가를 조사한 결과 1만2,000원이 411권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1위는 이 가격이었다. 인터넷서점에서 1만원 이상을 무료배송하기 때문에 10% 할인해도 1만원이 넘도록 가격을 정한 것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도서 시장에서 인터넷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보다 6.2%포인트 늘어난 39.0%(9,270억원). 하지만 인터넷서점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할인'은 출판단체들이나 오프라인서점의 비판의 표적이다. 법망을 벗어난 교묘한 경쟁적인 할인이 결국 기존의 출판 유통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출판단체 등은 인터넷서점을 대상으로 올 한 해 헌법 소원 청구, 위법 소송 등을 잇따라 제기했지만 모두 각하ㆍ패소 판결을 받았다.
■ 국립중앙도서관 최고 열람 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올해 최고 인기를 누린 책은 495명이 열람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에세이 < 아프니까 청춘이다 >였다. 도서관이 22일 발표한올 한 해 열람 상위도서 20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 1Q84 >가 2위,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의 < 정의란 무엇인가 >가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신경숙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순이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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