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19일부터 중단됐던 북중 국경무역이 22일 전면 재개됐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북중우의교(압록강대교)에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쌀 의류 등 생필품과 철강 공작기계 건자재 등 중간재 물품들을 실은 중국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북한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북한은 전날까지 가전과 생활용품 등 생필품의 반입을 금지했으나 이날부터 북중 무역을 본격적으로 정상화시킨 것이다.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나흘 만에 북중무역을 재개한 것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수 개월간 중단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북한의 유일한 생명줄인 북중무역을 조기 정상화함으로써 경제난과 식량위기 등 내부 갈증을 해소하겠다는 뜻인 동시에 북한 내부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 무역업자는 “북한측에게서 22일 의류 등 생필품을 다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다만 단둥의 일부 봉제공장 등에 파견나온 북한 노동자들이 애도기간이 끝나는 29일까지 중국으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고향에서 애도기간 중 지역별 분향소에 교대로 매일 조문하고, 28일 지역 단위별로 열리는 애도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중국 단둥과 선양(瀋陽), 베이징(北京) 등에 거주하는 북한인 5,000여명에 대해 1주일 내 북한으로 복귀해 김 위원장의 장례식에 필히 참석할 것을 개별 통지한 상태다. 외부인까지도 엄격한 단속해 내부 단결과 일체감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른 대북소식통은 “북중 무역재개 등을 놓고 볼 때 북한이 김 위원장의 애도기간을 거치며 빠르게 정치ㆍ사회적으로 안정감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북한이 안정을 찾기 위해 겨울철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이기 때문에 중국에 식량원조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직후에도 북한에 식량원조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북한과 미국 간 진행돼온 식량지원 논의가 중단된 상태여서 북한은 중국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1990년대 북한의‘고난의 행군’ 시절 기아로 숨진 북한 주민은 200만명에 달한다. 체제안정이 시급한 과도기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이다.
단둥(중국 랴오닝성)=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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