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의 아이팟을 전세계적 히트 상품으로 만든 아이튠스와 같은 '한국판 아이튠스'가 등장한다. 음원시장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KT는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판 아이튠스인 '지니'를 22일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니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노래를 곡 단위로 살 수 있는 음악서비스. 인터넷에서 한 번 구입한 음악파일을 KT의 클라우드서비스인 '유클라우드'에 저장해 놓으면 스마트폰, 태블릿PC, 컴퓨터, 인터넷TV(IPTV) 등 여러 기기에서 내려받아 들을 수 있다.
지니는 SM엔터테인먼트, JYP, YG엔터테인먼트, 미디어라인, 스타제국 등 내로라하는 국내 8개 연예기획사가 참여한다. 이 기획사에 소속된 소녀시대 원더걸스 슈퍼주니어 등 인기가수들의 노래가 모두 제공되는 셈이다.
KT가 이들 유명 기획사들을 대거 끌어들인 비결은 파격적인 수익배분에 있다. 기존 디지털 음악서비스의 경우 판매 수익의 약 54%를 저작권자들이 가져가고 나머지 46%는 이동통신사와 포털업체 등 플랫폼 제공 업체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KT는 애플 아이튠스처럼 저작권자가 판매 수익의 70%를 가져가도록 조정했다. 가수 김건모를 키운 프로듀서로 유명한 김창환 KMP홀딩스 대표는 "그 동안 디지털 음악서비스는 비정상적이었다"며 "KT에서 저작권자의 수익을 늘린 만큼 저작권자들에게 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곡 단위 판매와 다양한 가격도 기존 디지털 음악 서비스와 다르다. 기존 디지털 음악서비스는 월 정액을 받고 수 십곡을 함께 파는 방식이었으나 지니는 곡 단위로 판매한다. 판매가격도 기획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옛날 곡은 싸게 받고 최신곡은 비싸게 받는 등 가격을 다양화할 수 있다. 다른 디지털 음악서비스가 1분 안팎의 분량만 미리 듣기를 제공하는데 비해, KT는 곡 전체를 1~3회 들어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미리 듣기'서비스도 대폭 개선했다.
단점은 애플 아이폰에서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 애플이 앱스토어에 등록한 앱으로 수익을 올리면 애플에서 30%를 가져가는 '앱구매원칙'(in-app purchase)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수익을 저작권자에게 70%, 애플에 30% 떼어주면 KT는 사실상 남는게 없다"면서 "당분간 지니는 안드로이드폰 계열 등 절반의 스마트폰에서만 서비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현명 KT 사장은 "내년 2분기에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NTT도코모와 손잡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K팝 열풍이 워낙 강해 해외에서도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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