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김정은 체제'가 본격 가동됨에 따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과연 언제 아버지가 갖고 있던 직함들을 물려받아 명실공히 권력 승계를 마무리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권력의 3대 축은 당과 정부, 군부이다. 김 위원장의 경우 행정부를 대표하는 국방위원장 자리 이외에도 당을 대표하는 당 총비서 및 당 정치국 상무위원, 군을 대표하는 인민군 총사령관 등의 직함을 모두 갖고 있었다. 반면 현재 김정은의 공식 직함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인민군 대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은 당ㆍ정ㆍ군을 대표할 수 있는 자리에 하루빨리 올라, 대내외에 권력 승계를 천명해야 명실상부한 최고권력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독재자가 장기 집권해 온 북한에서 명목상 자리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권력자로부터 후계자로 지명됐느냐 여부다. 김 부위원장의 경우 2009년1월 김 위원장에 의해 후계자로 내정된 뒤 지난해 9월 공식화한 만큼 이미 실질적인 권력 승계자가 됐다.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곧바로 김 부위원장에 대해 '영도자'와 '계승자'란 표현을 쓴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 직전 전군에 "훈련을 중지하고 소속 부대로 복귀하라"는 '김정은 대장 명령 1호'를 하달한 것도 이미 김 부위원장이 북한 인민군에 대해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 위원장의 사망 전후에 이미 군 수뇌부가 김 부위원장에게 충성 서약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김 부위원장으로서는 실질적 권력에 걸맞은 직함을 얻는 절차만을 남겨 뒀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이냐 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 당분간 김 부위원장이 아버지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데 주력해야 하는 만큼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당초 일각에선 오는 24일이 김 위원장이 인민군 총사령관으로 취임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인 만큼 이 때에 맞춰 김 부위원장이 군부 내 직함을 갖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이러한 일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라졌다. 내년 김 부위원장의 생일인 1월8일, 김 위원장의 생일인 2월16일,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생일인 4월15일까지도 이런 추모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 하반기나 돼야 김 부위원장이 다른 공식 직함을 갖게 될 여지가 생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경우 김 부위원장은 아버지가 맡았던 국방위원장, 당 총비서, 중앙군사위원장 등을 맡거나 당과 정부, 군의 새로운 최고 직함을 만들어 취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속도를 조절할 경우 국방위 제1부위원장,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맡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 전 주석의 사망 이후 3년 동안 유훈 통치를 한 선례가 있는 만큼 김 부위원장도 최소한 1년의 유훈 통치 기간을 가질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김갑식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김 부위원장이 아버지 직함을 물려 받을지, 아니면 헌법을 개정한 뒤 자신만의 통치기구를 새로 만들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그 시점은 적어도 추모 기간이 끝난 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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