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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후-북중경협 영향은/ 방북 민간단체 북민협, 기체결함탓 예정보다 늦게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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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후-북중경협 영향은/ 방북 민간단체 북민협, 기체결함탓 예정보다 늦게 귀국

입력
2011.12.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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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가 쉬셔야 겠습네다."

조선중앙TV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한 19일 낮 12시. 황북 강남군에 있는 탁아소, 소학교의 구호물 배분 상태 점검을 마치고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던 남쪽의 북민협(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대표단 10명은 영문도 모른 채 숙소인 평양 보통강 호텔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동행한 북측 안내원은 "긴급상황"이라고만 말했다.

차로 30여분을 달려 평양 한복판에 있는 보통강 호텔에 도착한 대표단은 이상 조짐을 감지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호텔 로비에 다정한 모습으로 걸려 있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사진이 모두 천으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호텔은 울음바다였고 대표단 인솔자들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식당 종업원들도 주방에서 대성통곡했다. 박현석 북민협 운영위원장은 "처음엔 유리창이 깨져서 천으로 덮었고, 우리가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 인솔자들이 문책 당해서 우는 줄 알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평양에서 베이징을 거쳐 21일 0시 20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북민협 대표단은 당시 평양 분위기를 "슬픔에 잠겨있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 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박종철 북민협 회장은 "20일 아침 공항 가는 길에 만난 현지 주민들의 표정은 슬퍼 보였지만 전차도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주민들도 평소처럼 출근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엄상현 북민협 이사는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은 그날(19일) 갑작스레 호텔에 도착한 뒤 조선족 관광객에게서 들었다"며 "객실로 들어가 TV를 켜니 애도방송이 흘러 나왔고 오후 1시엔 호텔에 조기(弔旗)가 걸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사망발표 후에도 대표단을 압박하는 분위기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19일 낮 12시 이후엔 주로 호텔 안에서만 머물러야 했다. 박현석 위원장은 "안내원들이 출입이나 사진 촬영을 자제하고 방에 대기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호텔 창 밖을 통해서는 길거리에서 통곡하는 주민이나 추모행렬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대신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할 가족에게 '안전하게 있고 예정대로 귀국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팩스를 19일 오후 북측과 합의 하에 보내기도 했다.

대표단은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귀국길에 오른 20일 오전 9시 베이징으로 향하다 압록강에서 돌연 평양으로 회항하는 바람에 크게 긴장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승무원의 안내방송도 없이 이륙 30분만에 다시 평양으로 회항, 북측에서 볼모로 잡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단원들이 잠깐 술렁였다"며 "평양 순안공항 도착 후 기체결함 사실을 알고 안도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행 스케줄이 바뀌면서 이들은 예정시간보다 10시간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56개 대북지원 협력단체로 구성된 북민협은 지난 9월 30일 북한 내 탁아소와 유치원 등에 밀가루 250톤과 의약품 등을 지원했다. 북민협 대표단은 이 물품들이 잘 분배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기 위해 17일 방북했다. 지난해 5ㆍ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민간 지원단체로는 첫 방북이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인천공항=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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