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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기업인들이 본 북한 경제의 미래/ "北경제, 중국에 기댄 껍데기…개혁·개방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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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기업인들이 본 북한 경제의 미래/ "北경제, 중국에 기댄 껍데기…개혁·개방은 대세"

입력
2011.12.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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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무역의 한필수(47) 대표는 지난 주말 뉴스를 보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곧 열릴 북미 회담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선언하는 합의가 이뤄지고 연내에 6자 회담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기사였다. 한 대표는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내부적으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것은 다음날 오후 1시. 그는 "짧은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정말 큰 변화가 시작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 대표는 북한에서 탈출한 새터민 출신 사업가. 창업 7년 만에 매출 3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성공 신화를 썼다. 한 대표는 "김일성과 김정일로 이어진 세대는 항일무장혁명의 영향권에 있었지만 김정은은 완전히 새로운 세대"라며 "북한을 개혁 개방의 길로 이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성무역은 중국과 국제무역을 주로 하는데, 교역품의 상당수는 북한으로 흘러간다. 북한과 사실상 간접 무역을 하는 까닭에 현지 경제사정에 밝은 그는 북한 경제를 '껍데기 경제'라고 불렀다. 그는 "중국에 원료를 헐값에 넘기고 비싼 값에 가공품을 사오는 경제 구조가 10년 넘게 지속돼왔다"며 "갈수록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대해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 유통되는 달러가 5억 달러에 이를 만큼 폐쇄적인 경제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도 내렸다. 한 대표의 경우만 해도 북에 있는 두 형제에게 매년 500만원의 돈을 보내는데 이 돈은 군대에 있는 조카들에게까지 전달된다고 한다. 그는 "2만 명에 달하는 새터민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을 통해 가족들에게 달러를 보낸다"며 "내부적으로 보면 개혁 개방은 이미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판단했다.

평안도 철도공무원 출신인 백두식품 이춘삼(40) 대표도 "김정은은 유럽에서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라며 "아버지와 다르게 훨씬 개방적으로 이끌어 가지 않겠는가"라고 기대했다.

백두식품은 2004년 이 대표 등 새터민 6명이 1,000만원 남짓한 정착 지원금을 모아 창업한 회사. 그는 "단기적으로 혼란이 불가피하고 유훈통치로 인해 큰 변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세대교체를 통해 장악력이 높아지면 결국 개방 정책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정착한 새터민들은 상당수가 90년대 후반에 북한을 탈출했다.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불어 닥친 극심한 경제난을 겪어본 이들이기에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을 지켜보는 심정은 남다를 터. 매출 15억 원의 방열판 제조회사 씨케이정공을 이끄는 이옥화(34)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20년간 '장군님'이라고 모셨던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멍했다"며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북한을 탈출하던 때가 생각나더라"라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할 때는 온 나라가 울음바다가 됐는데 이번에는 정말 슬퍼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그만큼 많이 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북한 경제의 미래가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29살 청년에게 북한을 맡기는 것은 너무 위험한 도박"이라며 "김일성 사망 이후처럼 국민들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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