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민간 차원의 조문 방북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진보단체들이 공동으로 조문 방북을 추진,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 달리 창구를 단일화하고 정부와 조문단 방북을 조율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20일 고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대해서만 북측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국내 진보 성향의 종교계, 노동계, 여성계, 학계, 언론계, 농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6ㆍ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운영위원 회의를 갖고 조문 방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6ㆍ15 남측위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각계와 함께 조문 방북을 추진하는 데 구성원 모두가 동의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상임운영위원회를 열어 조문단 구성 방식과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6ㆍ15 남측위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용길 통일맞이 상임고문(고 문익환 목사 미망인) 등이 명예대표로, 김상근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상임대표로 있는 단체다.
진보 단체들의 방북 조문 추진 행보는 94년에 비해 신중하다. 당시 재야단체와 학생운동권이 중구난방으로 조문을 추진하자 공안 당국은 이를 막았다. 또 보수진영이 당시 조문 추진 움직임을 비난하면서 남남갈등으로 이어졌다. 진보단체들이 최대한 개별행동을 자제키로 한 데는 당시처럼 불필요한 대립을 야기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 진보 단체 관계자는 "갈등을 조장하지 않기 위해 대표성 있는 사람들로 단일 조문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방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민간 차원의 조문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정부는 21일 노무현재단의 방북 신청에 대해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허용해줄 수 없다"며 불허한 상태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남북강원도교류협력협회 등의 방북 신청도 불허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보수성향 단체와 탈북자, 반북단체 등이 잇따라 조문 반대 여론몰이에 나선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6ㆍ15 남측위 측은 "정부가 조문 방북을 계속 반대한다면 상임운영위원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 사망이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전기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정부가 조문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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