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조원이 넘는 국정원 예산을 면밀히 따져볼 때가 됐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할 정도니 국정원이 예산을 제대로 쓰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국정원 예산은 특수활동비 명목의 4,936억원, 예비비 3,000억원, 부처 곳곳에 산재된 특수활동비 등 1조원이 넘는다.
특히 특수활동비는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활동에 쓰이는 경비로 예산안에는 총액만 표시돼 있고 국회 결산심의에서도 영수증을 제출할 의무가 없다. 이렇게 특별대우를 해주는 이유는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활동에는 융통성 있는 돈이 필요하며 세목이 공개될 경우 정보활동의 범위와 정보력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별대우만 받고 일은 잘못할 경우다. 김정일 사망 후 발표까지 이틀이나 걸렸고, 북한이 특별방송을 2시간 전에 예고했을 때 대북 민간단체들이 김정일 사망 가능성을 거론했는데도 국정원은 낌새를 채지 못했다. 여당 의원조차 "국정원의 정보력은 인터넷 검색 수준에 불과하다"고 질타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정원 특수활동비나 예비비의 사용처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자는 것은 아니다. 소관 상임위인 정보위가 비공개로 철저히 다뤄 "특수활동비는 눈먼 돈"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하자는 것이다. 심의 결과 정보활동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였다면 관련자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김정일 사망 외에도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 등 최근 실책들을 분석, 원세훈 국정원장의 책임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다 아는 얘기지만 국회의 역할은 이처럼 중요하다. 국정원 예산 외에도 재정건전성, 부자 증세, 대학등록금 인하 지원, 무상급식 지원 여부, 미디어렙법, 선거구 획정, 디도스 사태 등 다른 중요한 현안들도 많다. 때문에 함부로 국회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도 국회를 볼모로 하는 정치투쟁에서 과감히 벗어나 예산심의 같은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게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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