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고와 최악의 해를 보낸 테니스 선수는 누굴까.
남자 프로테니스협회(ATP)는 20일 '2011 최고의 라이벌 대결'을 펼친 선수로 노박 조코비치(24ㆍ세르비아ㆍ랭킹1위)와 라파엘 나달(25ㆍ스페인ㆍ2위)을 꼽았다. 지난해까지 조코비치는 나달과 역대전적 7승16패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뒤져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6전 전승과 랭킹1위 자리도 빼앗아 일약 '나달 킬러'로 떠올랐다. 이에 반해 나달은 조코비치와 결승에서만 6번 만나 모두 우승컵을 헌납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이 중 2번은 메이저대회 결승이었다. 나달은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정상을 지킨 데 이어 윔블던과 US오픈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해 겉으로는 평년작의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유독 조코비치에게만 꼬리를 내려 내년시즌에서도 조코비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9년 만에 4대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한 채 한 해를 마감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3위)도 랭킹4위까지 떨어지는 등 최악의 해로 기억될 수 있지만 ATP 월드투어 파이널대회와 시즌 마지막 마스터스 대회인 파리 오픈에서 챔피언에 올라 내년 시즌을 기약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페더러는 특히 만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노련미를 앞세워 경기 지배력을 한 층 강화해 일부에선 랭킹1위 재등극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주원홍(55) 전 삼성증권 테니스감독은 "페더러는 적어도 1개 이상의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손에 넣을 힘이 남아 있다"며 "20대 혈기 넘치는 조코비치를 제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라고 말했다.
70승6패. 올 시즌 조코비치가 거둔 성적표다. 이중 연승행진만 41승을 달렸다. 6패중 부상으로 기권패가 2차례. 따라서 실질적인 패배는 4번뿐이었다. 페더러와 니시코리 게이(일본), 다비드 페레르(스페인), 얀코 팁 사레비치(세르비아)에게 각각 1번씩 패했다.
쓸어담은 우승컵은 10개. 상금만 1,261만9,803달러(약 143억원)를 벌어들여 역대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조코비치는 특히 나달의 '독무대'로 여겨지던 클레이코트에서 나달을 두 차례나 꺾어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5월9일 마드리드 오픈 결승에 오른 조코비치는 시즌 33연승, 나달은 클레이코트 37연승 중이었다. 조코비치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나달을 2-0으로 완파한 데 이어 일주일 후 역시 클레이코트 대회인 로마오픈 결승에서도 나달을 2-0으로 돌려보냈다. 나달로서는 사실상 안 방에서 치욕을 맛본 셈이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결승에서도 나달을 3-1로 따돌려 우승컵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랭킹1위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패장 나달은 "올 시즌 조코비치의 플레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이에 대해 "최고의 선수와 경기를 펼쳐 이긴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나달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월13일 US오픈 결승에서 역시 조코비치에 1-3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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