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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강요하는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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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강요하는 집단

입력
2011.12.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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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일찍이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 전 의원의 팬 카페가 'BBK 정봉주는 무죄입니다!'라는 신문광고를 내는가 하면, 20일 밤에는 도심 한복판에서 무죄판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내가 대법관이라면 완전히 무죄다. 22일은 사법부의 양심이 정봉주의 무죄를 선언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낮에는 야당 정치인들을 포함한 지지자들이 아예 대법원 앞으로 몰려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는 정치권력을 두려워 말고 파기 환송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 정 전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1, 2심을 권력의 눈치를 본 정치판결로 규정하고 이를 완전히 뒤집는 무죄판결만이 양심에 따른 판단이자 정의라고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이념진영에 따른 유ㆍ불리를 따져 입맛에 맞는 판결이면 정의와 양심의 승리로 추켜세우고, 맞지 않으면 정치판결로 매도하는 행태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나마 그런 것들은 재판 결과에 대한 반응이었지 이번처럼 재판을 앞두고 공공연하게 결론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민주사회 운영의 기본 중의 기본인 사법부와 법관, 재판의 독립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다. 주심 대법관의 신상까지 낱낱이 공개하며 압박하는 행태에 이르러서는 할 말조차 잃는다.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든 그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국가의 최종판단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 그게 국가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룰이다. 이런 식으로 기본도 상식도 다 부수고 나서 도대체 어떤 나라를 만들자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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