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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사권 다툼에 인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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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사권 다툼에 인권은 없다

입력
2011.12.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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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검찰은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로서 법률에 모든 수사를 지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경찰이 그 동안 내사단계에서 한 계좌추적, 압수수색도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검사와 명령복종이 아닌 상호 견제하면서 협력하는 관계가 돼야 하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한 진정이나 이의제기가 검사에게 접수된 경우와 종결사건을 다시 수사할 경우나 검사에게 체포영장 등 허가서 신청을 한 때에만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은 뒷전인 검경 싸움

검경수사권의 범위를 법무부령으로 정하던 것을 경찰 의견도 반영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바꾸었지만 검찰과 경찰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무총리실은 부득이 검찰이 경찰의 독자적 내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관여할 수 없지만 사후통제권을 갖는 강제조정안을 마련했다.

수사권 조정은 국민 입장에서는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배분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수사의 본론으로 돌아가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야한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싸우는 사이 국민의 인권보장이 후퇴하고 있는 면이 있다.

우선 법무부가 지난 달 대통령령으로 입법 예고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서 처음 도입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 제한 문제다. 누구든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로 조사 받을 경우 인권침해를 당할 우려가 있고 혼자서는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를 형사소송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한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해 왔다. 그럼에도 입법예고안은 신문 방해와 수사기밀 누설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검사나 사법경찰관 모두 변호인의 신문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신문참여의 제한사유가 매우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그 판단도 수사기관에 맡기고 있어 참여를 부당하게 제한 당할 경우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장애가 생긴다. 제도의 유명무실화가 우려된다. 검찰과 경찰은 변호인의 신문참여 제한에 관하여는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다투지 않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피의자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변호인의 신문참여에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 없도록 참여제한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그 외에는 참여를 제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 하나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신문을 받을 때 메모를 금지하는 수사관행 문제다.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입장에서 수사의 초점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나아가 진술의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메모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메모를 허용하면 메모 때문에 조사를 방해 당할 수 있고, 공범관계에 있는 자 등의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메모를 금지해 왔다. 하지만 메모행위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속하므로 그 제한은 법률에 근거가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용이의 문제는 불구속 수사 원칙의 결과이지 메모를 허용한 결과는 아니다.

후진국형 수사관행 뜯어고쳐야

지난 1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검찰총장에게 메모 금지는 법률의 근거가 없고 메모를 허용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력을 제고할 수 있다며 피의자신문시 피의자의 메모행위를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수사권 조정은 '수사권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 인권의 퇴보를 가져오는 수사제도와 관행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

하창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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