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교 1학년이 치르는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안은 '쉬운 수능'을 뉴지하고,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줄인다는 교육당국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주요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을 수준별로 선택할 수 있고, 쉬운 A형은 현행 수능보다 더 쉽게 출제되며, 국어와 영어는 시험 시간은 그대로 둔 채 문항수를 줄였다. 이에 따라 대입에서 수능의 비중은 줄어들 전망이나 학습부담이 줄어들지 여부는 미지수다.
문항수 줄고 영어듣기는 늘어
21일 발표된 수능 세부 시행방안에 따르면 국어와 영어는 문항수가 각각 45개로 5개씩 줄었다. 시험시간은 국어가 80분, 영어가 70분으로 종전과 같다.
국어에선 듣기평가가 모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데 의미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지필평가(5문항)로 대체된다. 영어 듣기평가는 기존 34%(50문항 중 17문항)에서 50%(45문항 중 22문항)로 늘어난다. 긴 대화문을 듣고 이와 관련된 문항 2개를 푸는 세트형 문항도 도입될 예정이다.
국어는 A형의 경우 화법과 작문I, 독서와 문법I, 문학I 등 쉬운 I과목 중심으로 출제되고, B형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Ⅱ과목 중심으로 문제가 나온다. 영어는 A형이 실용영어 중심으로, B형은 독해와 작문, 심화영어회화 등 기존 수능 범위에서 출제된다.
현재 수리 가형(자연계), 나형(인문계)으로 다른 수준의 문제가 출제됐던 수학은 큰 변화가 없다. 100분 동안 주관식 9문항(30%)을 포함한 30문항을 푸는 방식이 유지된다.
어려운 B형은 최대 2과목 선택
국어 수학 영어 가운데 어려운 B형은 최대 2과목만 선택할 수 있고, 국어B와 수학B는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떄문에 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인문계는 '국어B-수학A-영어B'를 자연계는 '국어A-수학B-영어B'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입전형에서 B형 응시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거나 B형 과목 선택자에게 가산점을 두어 우대하는 식의 A, B형 활용계획은 각 대학에 달려있다.
사회(10과목)와 과학(8과목)은 최대 선택과목 수를 현행 3개에서 2개로 줄였다. 직업탐구는 17개 과목을 5개로 통합하고, 이 가운데 1과목만 선택하도록 했다.
사교육 줄일 수 있을까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개편으로 수험생의 학습부담과 사교육비가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많은 학생들이 어려운 B형을 응시하게 돼 학습 부담이 줄지 않고, 수능 영향력이 줄어들면 대학별 고사의 비중이 늘어 결국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승현 정책실장은 "쉬운 수능으로 변별력이 떨어지면 상위권 대학은 학생들의 스펙과 대학별 고사를 중시해 이는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웨이중앙교육의 이만기 평가이사도 "많은 대학들이 어려운 B형 응시를 유도하면 교과부가 의도한 선택형 시험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매번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던 교육당국이 수준별 시험의 난이도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효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은광여고 교사)는 "올해도 수능 만점자 1%를 맞추는 데 실패했는데 수준이 다른 A, B형의 난이도를 의도한 대로 맞출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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