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초 정기인사를 앞두고 일반직 1급 공무원 6명 중 5명을 한꺼번에 퇴진시키기로 했다. 오세훈 전 시장 때 중용됐던 인사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당사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일반직 1급인 최항도 기획조정실장, 정순구 시의회 사무처장, 신면호 경제진흥본부장, 김효수 주택본부장, 이인근 도시안전본부장에게 용퇴를 권고했다. 시의 일반직 1급 가운데 퇴진 요구를 받지 않은 사람은 장정우 도시교통본부장 한 명뿐이다. 1급인 조현옥 여성가족정책관은 별정직으로, 지난달 공개모집을 통해 임명됐다.
명퇴 당사자들은 무조건적인 퇴진 요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퇴진을 통보 받은 한 1급 간부는 "민선 서울시장이 들어온 이후 시장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한번에 1급 전체를 들어낸 적은 없었다.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며 "(후배 공무원들이) 오 시장 때 열심히 해서 잘렸다고 생각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할 만큼 했고, 조직에 부담이 된다면 떠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서울시를 위해서 일해왔지 누가 시장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간부는 "박 시장이 첫 인사로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열심히 일하면 빨리 승진하고 빨리 나가니까 일로 승부하려는 공무원들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퇴진 요구를 받은 1급 중 최항도 실장은 공석인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사장 자리를, 나머지 4명은 서울시립대 겸임교수직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전임 시장 때 사람이라고 나가라고 하는 게 아니고, 박 시장의 변화와 쇄신 인사를 하기 위해 정무직이라 할 수 있는 1급에게 용퇴를 요구한 것"이라며 "위에서 나가줘야 승진 요인도 생기고 자리를 많이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퇴진 요구를 받지 않은 장정우 본부장은 정치색이 없고, 시의회에서도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후속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한두 명쯤 퇴직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폭이 크다. 30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한 사람들인데 시장이 바뀌면서 모양새가 안 좋게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1급은 어차피 신분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1급 한 명이 나가면 산술적으로 9급까지 8명이 승진하게 돼 승진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1급 공무원이 대거 물러남에 따라 대규모 인사가 예상된다. 시는 내년 1월 1일자 3급 이상 공무원 인사를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상범 행정1부시장은 "3급까지 국장급은 대부분 보직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류경기 시 대변인은 "능력 위주로 인사를 하면서 여성, 비고시 출신, 기술직 등 그 동안 소외됐던 사람들은 배려를 하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별정직을 제외한 서울시 본청의 2급 공무원은 11명이며, 3급은 21명이다. 2급은 이정관 복지건강본부장, 정효성 행정국장, 서강석 재무국장, 송득범 도시기반시설본부장, 임계호 주거재생기획관 등이 있다. 시 본청의 대규모 인사에 따라 윤준병 관악부구청장, 김경호 구로부구청장, 김인철 성동부구청장의 복귀도 거론되고 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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