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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통통, 통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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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통통, 통통통

입력
2011.12.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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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망년회에서 건배사가 빠지지 않는다. 한 해를 보내면서 다 같이 잔을 높이 들 때 건배사는 '약방에 감초' 같은 것이다. 빠져서는 싱거워서 맛이 나지 않는다. 오래 전에 '당나발'이 유행했다. '당신과 나의 발전을 위하여'의 준말이다. 건배의 잔을 들면서 당나발이라는 말에 폭소가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건배사의 묘미다. 해마다 건배를 외치다 보니 건배사도 진화를 한다. 올 사범대학 동창회에서 즐거운 건배사를 만났다. 시골 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는 선배의 건배사였다. '통통'하며 '통통통'이라고 외쳐달라고 했다.

그 이유를 말하는데 첫 번째 통은 새해에는 행운이 넘치도록 '운수대통'하자는 것이고, 두 번째 통은 막히는 일이 없이 '만사형통'하자는 것이었다. 세 번째 통은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의사소통' 하자는 것이고, 네 번째 통은 웃으며 살자는 '요절복통'이었다. 마지막 통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데 새해에는 자주 안부 전하며 살자는 '전화 한 통'이었다.

잔을 든 우리 일행은 4통까지는 고개를 끄덕이다 반전의 5통에서 환한 웃음이 터졌다. 이 기막힌 통통, 통통통을 잊지 않으려고 메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통해야 사는 세상이다. 임진년 새해에 이 5통이 있다면 사람 사는 맛이 듬뿍 날 것이다. 멋진 건배사를 가르쳐준 선배에게 자주 '전화 한 통'의 안부를 전해야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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