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다는 유럽이었다. 간밤 독일과 스페인에서 날아온 낭보 덕에 21일 국내 금융시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 직전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55.35포인트(3.09%) 급등한 1,848.41을 기록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주말(16일ㆍ1,839.96)보다 8.45포인트 오른 수치다. 코스닥지수는 11.03포인트(2.25%) 오른 500.64에 마감했다. 이틀간 5,500억원 넘게 팔았던 외국인도 이날 2,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독일 기업의 신뢰 개선이 불을 지피고, 스페인 국채 발행 성공이 기름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스페인의 만기 3~6개월짜리 국채 발행은 규모(목표 45억유로→56억유로)와 금리(지난달 5%대→1~2%대) 모든 면에서 시장을 만족시켰다. 여기에 미국의 건설업 상황이 나아졌다는 소식도 더해졌다.
독일(3.11%) 프랑스(2.73%) 영국(1.02%) 등 간밤 유럽 주요 증시는 상승 반전했고, 미국도 2% 이상 올랐다. 대만 가권지수(4.56%) 일본 닛케이지수(1.48%)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대부분 상승했다.
주가 강세에 힘입어 원ㆍ달러 환율은 14.45원(1.24%) 급락한 1,147.7원에 마감했다. 3년 만기와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모두 0.02%포인트 내려 각각 3.36%, 3.51%를 나타냈다.
김성봉 삼성증권 시황팀장은 “북한 변수는 단기 악재라는 학습효과가 안정을 유도했고, 지지부진하던 유럽 상황이 스페인 국채 발행으로 숨통이 트이면서 해결 기대감이 커졌다”며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유럽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현실화하더라도 단기 악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우려했던 펀드 대량 환매도 없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펀드에 19일 오히려 339억원이 순유입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변수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