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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후-미국의 대응/ 북미 실무접촉…美, 北 본격관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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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후-미국의 대응/ 북미 실무접촉…美, 北 본격관리 시작

입력
2011.12.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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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19일(현지시간) 뉴욕채널을 통해 실무접촉을 벌인 것은 미국의 북한 관리가 본격 시작된 신호로 해석된다. 북미 실무접촉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한 미국의 조의 표명과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낳는다. 미국으로선 한반도 돌발상황을 막기 위해 북한을 관망하기 보다 적극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북미접촉이 긍정적인 것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미국에 처음으로 반응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북한이 대외창구를 닫는 애도 기간에 북미 접촉에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북미접촉이 식량지원 관련 현안을 명확히 하기 위한 실무적 논의였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부인하지만 식량지원이 북미대화 의제인 북핵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게 정설이다. 때문에 뉴욕채널 재가동을 계기로 3차까지 진행된 북미대화가 김정일 장례가 마무리 되는대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선 1월 초 북미가 만나 비핵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3차 북미접촉에서 북미가 북핵 6자회담 재개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포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수용, 경수로 지원까지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단계까지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다시 만나면 가시적인 성과를 나올 여지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인사는 “북한이 미국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아직은 북미가 만나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 구체적인 조치가 발표될 단계는 아니다”고 신중해 했다.

북미대화 및 접촉이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전후의 북미회담과 놀랍도록 유사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94년 7월8일 북미는 1년 만에 제네바에서 회담을 재개했으나 당일 김 주석이 사망하면서 회담은 하루 만에 중단됐다. 김 주석 사망 직후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북한 주민에게 애도를 표하며 유화적 제스처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 했다. 결국 북미회담은 김 주석 사망 약 한달 만인 8월 초 재개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 10월에는 핵 동결뿐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 내용까지 포함된 제네바 합의를 채택했다.

북미간 대화의 동기나 여건도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94년 미국은 중간선거를 의식해 제네바 합의를 서둘렀고,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遺訓)이란 점 때문에 대화에 더 적극적이었다. 이번에도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예방 외교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 역시 김정일이 생전 추진한 마지막 유훈인 북미대화에서 ‘외교적 승리’를 거둬야 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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