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조의 표명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그러나 에두른 표현이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사실상 조의 표명을 한 데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유족의 방북 조문을 허용한 것과 다소 배치돼 애도의 적절성과는 별개로 이중잣대 논란이 예상된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임정혁)는 개인이나 특정 단체가 김 위원장 분향소를 설치하는 행위에 대해선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보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안법 7조(찬양ㆍ고무 등)는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행위를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분향소를 마련해 불특정 다수로 하여금 김 위원장 추도의 뜻을 표하도록 유인하는 것도 찬양ㆍ고무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는 게 공안당국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분향소는 물론, 인터넷 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사이버 분향소 설치도 단속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분향소 설치나 조의 표명의 형사처벌 여부에 대해 내부 기준을 마련하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기로 했다"며 "향후 수사를 통해 말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일선 경찰서에 '분향소가 설치되면 곧바로 철거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내 분향소의 경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철거하고, 실외 공공장소에 마련되는 분향소는 불법 가건물로 보고 현장에서 즉각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김 위원장에 대한 찬양 의도 없이 SNS 등을 통해 단순한 애도를 표하는 행위에 대해선 형사처벌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의 조의를 표한 만큼 일반인의 단순 애도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시에는 분향소 설치뿐 아니라 조의 표명까지 전면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SNS 애도를 전면 허용했다가는 단순 애도를 넘어 헌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이나 그 지도자였던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분위기가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검찰은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독재자에 대한 애도가 적절한지 의문은 있지만, 그와 별개로 애도와 찬양을 동일시해 형사처벌까지 하려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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