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재계의 시선은 쏠린 곳은 현대그룹 현정은(사진) 회장의 반응이었다. "대북사업을 가장 많이 했던 곳이고 김 위원장과 인연도 많은 만큼 애도를 표할 것"이란 시각과 "정부도 애도표명을 주저하고 있는데 아무리 현 회장이라도 먼저 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엇갈렸다.
뜻 밖에도 현 회장은 전혀 눈치를 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명한 데 이어 조문을 위한 방북계획까지 주저 없이 내놓았다.
현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김 위원장 사망에 공식애도를 표시했다. 정부의 애도표시(오후 4시)보다 5시간이나 먼저였다. 현 회장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업지구 협력사업을 열어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타계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어 조문단 구성과 방북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과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등으로 구성된 조문단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방북할 것"이라며 "조문규모와 일정, 방법 등은 통일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 회장이 국내 정서나 정부 입장을 의식하지 않고, 적극적 대북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좋든 싫든 그 동안 김 위원장과 유지해왔던 인연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대북사업재개를 위한 정지작업 차원이란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 회장에게 대북사업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이어가는 사업인 만큼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해서도 만감이 교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지금까지 김 위원장을 3번 만났는데 2009년8월 묘향산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한 게 가장 최근의 면담이었다. 앞서 2005년7월 원산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나 백두산ㆍ개성 시범관광을 논의했고, 2007년 11월에는 김 위원장이 내준 특별기를 타고 백두산을 참관하기도 했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사업에 7,700억원 정도를 투자했으나 2008년 이후 중단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현대그룹으로선 어떻게든 대북채널을 복원하고 가능하다면 사업재개를 위한 협의를 시작해야 할 처지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측과 대화를 통해 금강산 관광 사업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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