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에서 급사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유언이나 유서가 존재할까.
일단 김 위원장이 평소 지병을 앓아 왔다는 점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 미리 유서를 준비해 놨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있다.
그는 유전적 심장 질환을 갖고 있었던 데다가 당뇨병과 간질환, 만성신부전증까지 앓아왔다. 특히 2008년 9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언제든 갑작스런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보고 유언장을 준비했을 확률이 크다. 더구나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담보하기 위한 유서나 유언장을 준비해 뒀을 수 있다.
사망에서 발표까지 52시간 가까이 걸린 것도 김 위원장의 유서나 유훈을 집행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유서나 유훈이 있다면 그 내용은 김정은 중심의 강성대국 건설, 북핵 문제, 북미 관계 등을 언급하는 내용일 것"이라면서 "넓게 보면 김일성의 유훈과 맥락이 닿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북한 당국이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위해 "김정은을 중심으로 강성대국을 건설하라"는 내용의 김 위원장의 유훈이 있었다고 발표할 수도 있다.
실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북한은 '인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하라', '한반도를 비핵화하라', '남북통일을 달성하라'라는 유훈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후 김 위원장은 이른바 '유훈 통치'에 들어갔고 체제 안정화를 이뤄냈다.
사회주의 국가에선 통치자가 유서를 남기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1976년 중국의 마오쩌둥 전 주석은 사망 직전 당시 수상이던 화궈펑을 불러 "당신이 일을 하면 나는 안심이다"라고 유언을 남겼다. 이후 화궈펑은 당 주석으로 선출됐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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