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수입화장품들이 저가화장품에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여성들이 수입화장품을 과감히 포기하고 저가화장품 쪽으로 이동하면서, 고가의 수입화장품들은 일부 부유층과 구매력 높은 관광객 외엔 발길이 뚝 끊어진 상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해 오던 수입화장품들의 매출이 최근 들어 맥을 못 추고 있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수입화장품 매출 신장률은 지난 1월은 9.9%로 시작했지만, 경기둔화가 본격화된 5월과 7월에는 각각 1%대로 떨어졌다. 9월과 10월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반짝 상승하더니 11월에는 다시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수입화장품의 연말 매출 신장률이 1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만 해도 연말에 각 백화점 매출 신장률이 20~40%를 넘기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수입화장품 A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30~40대 기존 고객들의 소비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대학생과 직장여성이 대부분인 20대 신규 고객들의 유입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상당수는 저가화장품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젊은 여성들이 브랜드보다는 실속을 찾게 되면서, 백화점에서 브랜드숍 매장(저가화장품)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저가화장품 브랜드들은 올해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매장수가 800~900개에 이르는 더페이스샵이나 65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미샤 등은 올 한 해 1,500~2,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노다지' 땅으로 불리는 명동의 경우 한 브랜드 매장당 일일 평균 3천만원 이상의 매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명동에선 10여개의 저가화장품 브랜드들이 각각 3~6개 정도의 매장을 보유하면서 물량공세를 펴고 있어, 화장품 업계에선 '명동발 지각변동'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관광객 중에서도 중국과 일본, 동남아의 젊은 여성 상당수는 백화점보다 명동 저가매장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명동에 매장을 둔 한 저가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 패턴이 실속 위주로 바뀌게 된다"면서 "가격 거품을 빼서 저가화장품이라고 불리는 것일 뿐 품질 면에서는 수입화장품과 비교해도 별 손색이 없기 때문에 판매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에뛰드나 이니스프리 등 저가화장품 매장 성장률이 32.1%로, 백화점 10.6%에 비해 컸다. 내년에도 각각 15.4%, 9.6%로 저가화장품 매장의 상승세를 전망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랜드숍들이 상품 유형을 신속히 확대하고, 히트아이템도 다수 창출하는 등 소비자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게 매출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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