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고속 성장해오던 대한민국의 경제에 위기를 알리는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매년 지속적으로 하락을 거듭해 이제는 세계 평균치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까지 성장을 견인하던 동력원이 고갈되어 그야말로 이제는 저성장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하는 동력 원천으로 신성장 동력 분야를 선정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진흥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10월 생태계 발전형 신성장동력 프로젝트에서는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로서 첨단 의료시스템에 대한 수출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당초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첨단 의료기술과 국내 관광산업을 연계해 해외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는 의료관광 위주로 육성되어 왔다. 현재 정부와 민간이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의 신분야는 바로 디지털병원이다. 디지털병원이란 IT기술을 활용해 병원 내 각종 의료정보시스템과 디지털장비 및 기기를 연동한 첨단 IT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말한다. 5조 달러 규모의 세계 의료산업에서 의료서비스는 무려 7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에는 3조8,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1조6,000억 달러, 통신서비스가 2조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의료서비스 산업이 갖는 폭발적인 시장 잠재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화로 효율성을 극대화한 병원을 통째로 수출하는, 이른바 '의료 플랜트'에 주목하는 이유인 것이다.
예전에 병원에 가면, 벽면을 빼곡히 메운 종이로 된 환자차트 더미를 볼 수 있었다. 현재 국내 병원 10곳 가운데 8~9곳은 전자 차트(EMR)를 이용하고 있다. 의사는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환자 차트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이러한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이처럼 한국은 IT기술이 병원에 잘 접목되어 있는 한국은 디지털병원 수출에 있어서도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수 년 동안 디지털병원 사업을 이끌고 있는 여러 전문가와 기관들의 노력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작년 말까지 해외로 진출한 병원은 49곳으로 파악된다. 또 4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메디컬센터가 문을 열었고, 중국 의흥시와 예지시에 들어서는 건강검진센터 등에는 국내 유수 대학병원들의 운영 노하우가 전수될 예정이다.
디지털병원 수출은 16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83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갖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도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의료시스템 수출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며, 기술개발ㆍ인프라 구축과 함께 실질적인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는 범부처적인 노력을 약속한 바 있다.
디지털병원수출협동조합은 중소기업 중심의 수출생태계 조성을 위해 설립돼 운영 중이다. 8월엔 조합과 에콰도르, 페루간의 디지털병원건립 협력 컨설팅 MOU를 체결했으며, 앞으로도 남미 병원 건립사업과 오지 디지털이동병원 수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1,700여개에 이르는 의료ITㆍ기기 업체들의 80%가 연매출은 10억 원을 밑도는 영세한 상황이다. 정부 지원을 통해 이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다면, 한국의 디지털병원 수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더불어 성장하는 공생발전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용규 을지대 의료IT마케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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