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당국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 인지 시점과 청와대 보고 시각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 등 대북 정보라인은 19일 낮12시 북한의 특별방송 이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적어도 방송이 예고된 2시간 전부터 '김 위원장 유고'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징후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보 당국이 이러한 이상 징후를 감지해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일 대북 정보라인이 이러한 징후마저 놓쳤다면 대북정보 수집은 물론 분석 능력까지 '먹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19일 낮12시) 북한의 발표 전에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몰랐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몰랐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북한의 특별방송)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 유고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뚜렷한 이상 징후가 있었다. 북한은 이날 오전10시에 특별방송을 예고한 이후 세 차례 더 예고했다. 예고 방송 사이사이에는 김 위원장의 과거 행적을 기리는 방송을 내보냈다. 특히 예고 방송을 하던 한 여성 아나운서는 비장한 표정으로 김 위원장의 행적을 소개하며 눈시울을 붉혀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더욱이 이날 북한의 특별방송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을 전한 특별방송 이후 처음이다.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 부처 주변에선 "혹시 김 위원장이 사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따라서 대북 정보라인이 특별방송 전에 김 위원장의 유고 가능성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이 생일과 결혼기념일, 대선 승리일 등이 겹친 '트리플 기념일'을 맞아 낮12시에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직전에 취소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예고방송 직후 "특별방송이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하려는 것이냐"는 일부 언론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답변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따라 대북 정보라인이 실제 19일 낮 12시 전까지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을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이와 관련, 여야 의원들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동네정보원'이라는 소리를 듣다가 이제는 가장 중요한 군사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면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국정원은 엄청난 예산을 쓰는데 정보에는 깜깜하다"며 원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도 "당장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사태가 끝나면 반드시 정보당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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