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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교중퇴생 멘토로 우뚝선 박선근 前 백악관 고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들 인생을 바꿀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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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교중퇴생 멘토로 우뚝선 박선근 前 백악관 고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들 인생을 바꿀 수 있죠"

입력
2011.12.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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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시립체육관. 고등학교 격인 '유스 챌린지 아카데미(YCP)' 졸업식이 열렸으나, 의례적인 여느 졸업식장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YCP 책임자인 프랭크 윌리엄스 조지아주 교육감이 단상에 앉은 한 노신사를 소개하자, 졸업생 218명이 기다렸다는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랑해요 서니"를 연호했다. 학생들의 뜨거운 환호와 기립 박수를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은 한국인 박선근(미국명 서니박·68)씨였다. YCP 졸업생들은 그를 "멘토 중의 멘토"라고 불렀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고교 졸업장을 손에 쥘 거라고 생각한 YCP 졸업생들은 흔치 않았다. 고교를 중퇴하고 마약과 알코올에 중독돼 있거나 심지어 전과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YCP의 혹독한 교육 방식과 물심양면으로 학생들을 지원한 박씨가 이들을 다시 사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한 일등공신이었다.

YCP의 학생들에겐 군대식 행동이 요구된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단체 구보와 체조, 수업, 직업 훈련으로 채워지는 빡빡한 하루 일과를 마친 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생활이 반복된다. 체벌이 허용돼 있고, 외박은 6개월 동안 단 사흘만 가능하다. 군 훈련소 생활을 연상케하는 고된 프로그램이지만 이번 기수는 250명의 입학생 중에서 단 32명만이 중도에 그만뒀다. 졸업생 가운데 30%는 군대에 자원입대하고 나머지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할 예정이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멘토이자 재정적 후원자 역할을 담당했다. YCP 교육 프로그램 중 '서니도 하는데 네가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과정을 맡아 학생들과 하루 종일 같이 지내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생역정을 소개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시간이다.

단돈 200달러를 들고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간 박씨는 이후 청소용역업에 뛰어들어 10여 년 만에 3,200명의 직원을 가진 기업 GBM의 대표가 됐다. 2004년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으로 뽑혔으며, 조지 W 부시 정부 당시 백악관 직속 아시아·태평양 국가정책 자문위원회 정책고문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금은 조지아주 항만공사 부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씨는 조지아주뿐만 아니라 뉴저지, 애리조나, 버지니아 등 다른 8개 주에서도 YCP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이 YCP를 졸업하더라도 그의 지원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달엔 애리조나 YCP를 졸업한 한 학생이 "살던 동네로 돌아가면 다시 범죄에 물들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현지 한인 목사에게 부탁해 보살피게 하는 일도 있었다.

박씨는 "부모의 학대나 빈곤에 노출된 비행청소년들에겐 주변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너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들의 인생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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