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국회 정상화와 예산안의 연내 처리에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기습 처리 이후 헛바퀴만 돌던 국회가 한 달 만에 정상화됐다.
한나라당 황우여∙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가 정상 가동돼 예산안 심의를 재개했다. 여야는 또 30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표결처리하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 사태로 발생한 한반도의 긴박한 상황에 대비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협의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와 함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특검을 도입할 경우 야당의 의견을 존중해 특검을 선임키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에 앞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6개월째 표류하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도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는 또 야당의 요구에 따라 한미 FTA 비준안 처리과정의 최대쟁점이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폐기ㆍ유보ㆍ수정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한미FTA 비준안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당이 요구한 '론스타 국정조사'는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선거구획정과 석패율제 도입 등을 위한 정치개혁특위를 정상화하는 한편 미디어렙법안을 연내 입법화하고 복지예산 증액 등의 현안도 즉시 처리키로 했다.
한편 내달 15일 개최 예정인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김 위원장 사망 여파로 차질을 빚고 있다. 당권주자들이 잇따라 출마선언을 연기하는가 하면 이미 출마를 선언한 주자들도 선거운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재까지 한명숙 전 총리와 문성근 전 시민통합당 공동대표,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이인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우제창 의원이 출마 선언을 연기했다. 당초 이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던 이 전 최고위원은 "당분간 김 위원장 사망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당권주자들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26일 예비경선까지 선거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가 김 위원장 사망 사건에 묻히게 됐다"며 전대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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