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공급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러시아 고위 당국자가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에서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알렉산드르 티모닌 특명대사가 "가스관 프로젝트에 차질이 있을 이유가 없다"며 "러시아의 대북 정책에는 변화가 없으며 모든 프로젝트가 그대로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올 8월말 러시아 극동과 시베리아를 방문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에서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가스관을 부설한 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공급하는 남북러 3각협력 사업에 합의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는 가스관 사업이 제때에 실현되는데 관심이 있으며 북한과 남한도 그렇길 바란다"며 "관계국 실무자들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모든 것이 합의에 따라 이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가스관 사업은 내년 1월까지 러시아와 한국이 가스관 사업과 관련한 기본조건에 대해 상업적 협상을 마친 뒤, 내년 1~4월 가스공급 협정을 체결하고 9월부터 가스관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티모닌 대사는 가스관 사업과 함께 러시아와 북한 간 철도 노선 개보수 공사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러-북 접경 지역의 하산역에서 북한 나진항까지 연결되는 54km 구간 철로 개보수 1차 공사를 끝내고 현재 나진항 현대화 작업을 포함한 2차 개보수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도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 가스관 사업 등에 차질을 주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익명의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이날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가스관 건설, 철도 연결, 러시아 전력의 한반도 공급을 위한 송전선 건설 등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의 평화정착 역할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크렘린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현대발전연구소 자문인 니키타 마슬렌니코프도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 검토 당시 북한 지도자 사망 등을 포함한 모든 상황이 고려됐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새 지도부와 가스관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협상 재개가 곧바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반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한국 프로그램 실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이날 현지 일간 베도보스티에 "한국이 한동안 가스관 사업과 러시아와 한반도 간 철도 연결 사업 등에 조심스런 태도를 취할 것"이라며 이들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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