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든 권력은 3남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승계됐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는 비교적 안정 속에 출범한 ‘김정일 체제’에 비하면 상황이 크게 다르다. 20년간 후계자 수업을 받은 김정일에 비해 후계구도 정착을 위한 기간도 짧았고, 당시 52세였던 김정일에 비하면 29세의 나이는 너무 어리다는 느낌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주석의 비호 아래 독자적인 국정 활동을 할 정도로 대내외적 위상을 탄탄히 갖춰 나갔다. 당시 북한 노동신문 1면에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이름이 같은 크기로 나란히 실릴 정도였다. 그는 후계자를 넘어 사실상 통치자로 예우 받았다.
이에 비해 김 부위원장은 약 1년 3개월에 걸쳐 속성으로 권력을 이양 받았다. 지난 해 9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임되면서 공식적으로 후계자 반열에 올랐다. 올해부터는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자 명단 1순위에 오르는 등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권력 세습을 전후한 대외 환경도 큰 차이가 난다. 1994년엔 북한이 여러 사회주의 국가들과 연대하고 있었던 반면 지금은 수년 간의 대북 제재 조치로 철저히 고립돼 있다. 경제와 식량 사정도 지금이 더 나쁘다. 주민 충성도는 추락했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등 김정은에게 불리한 여건들이 많다. “김정은 체제가 김 위원장 체제처럼 조기에 안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북한은 19일부터 김정은을‘탁월한 영도자’ ‘위대한 계승자’로 부른 데 이어 20일부터는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김 주석을 지칭했던 ‘걸출한 사상이론가’,‘탁월한 영도자’, ‘천출위인’, ‘불세출의 선군영장’ 등의 호칭들도 동원됐다. 김정일에게는 후계자 내정 이후 10여 년 뒤에야 쓰였던 호칭들이었다.
김정일 장의위원회 위원 232명도 전원 ‘친 김정은’세력으로 분류된 인사들로 채워졌다.
북한 매체는 이날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게만 사용하던 ‘위대한 장군님의 가장 친근한 혁명동지이시며 주체혁명 위업의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라는 긴 표현을 김정은에게도 썼다.
또 다른 언론매체들도 “김정은 동지는 김정일 동지와 꼭 같으신 조선이 낳은 또 한 분의 위인” “김정은 동지는 우리의 운명이시고 미래”라고 치켜세웠다. 대대적 찬양 분위기는 북한 당국도 김정은 체제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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