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소식에 잠시 요동친 금융시장이 재빨리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제 코스피 지수가 63.03(3.43%) 포인트나 급락하고 달러 환율이 16.2원이나 뛰어올라 한때 커다란 충격이 예상됐으나 하루 만인 어제 주가와 환율 모두 진정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6.13포인트 올랐고, 달러 환율도 5.5원 떨어졌다.
사소한 위험에라도 시장의 불안 심리가 불붙어 소용돌이를 일으키면 제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냉정하고 합리적인 반응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북한 정세의 불안정에 따른 '북한 리스크'의 핵심이 안보 불안이라는 점에서 대북 안보 태세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확인된 셈이기도 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그제의 시장 동요는 유럽 재정불안이라는 위험 요인에 '북한 리스크'가 가세한 결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제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익 2,400억원 가운데 88%인 2,100억원이 유럽계 자금 이탈인 것으로 확인됐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에 비해 컸던 이번 시장 동요도,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나 유럽 위기 등을 감안하면 코스피 7.5포인트와 63포인트라는 수치로만 재기는 어렵다. 더욱이 김일성 사망 소식은 토요일 거래 마감 이후에 전해지는 바람에 다음주 월요일의 시장 반응은 이미 이틀간의 '냉각기'를 거친 결과였다.
다만 다른 요인을 모두 배제하더라도 북한 요인에 따른 시장 동요는 일정 부분 남아 있게 마련이고, 장기적 악영향의 가능성도 여전하다. 시장이 피하고 싶어 하는 위험의 본질이 다름아닌 불확실성이며, 앞으로도 한동안 북한의 안정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 정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물론,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펴 과민 반응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아야 한다. 어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급등 등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해 시장 안정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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