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리그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그 동안 곪았던 게 터지면서 프로축구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졌고, 선수들의 목숨까지 앗아갈 정도로 파장이 컸다.
지난 5월 창원지검 특수부가 두 명의 선수를 구속하면서 K리그의 '암세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창원지검은 프로축구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게 한 뒤 스포츠복권에 거액의 돈을 걸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선수를 구속했다.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김동현이 승부조작 개입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자 비리가 속속들이 밝혀졌다. 5월 30일 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그날 승부조작 연루 의혹을 받았던 정종관이 자살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6월 연맹이 내놓은 자진신고제로 인해 승부조작 파문은 불이 붙었다. 승부조작 혐의를 부인했던 공격수 최성국까지 자진신고를 해 축구팬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다. 최성국 외에도 국가대표 출신인 염동균과 이상덕을 포함, 각 팀의 간판급 고액연봉 선수들이 무더기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져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승부조작의 꼬리는 지난 10월 이수철 전 상무 감독의 목숨까지 뺏었다.
'검은 유혹'은 한국축구 전체를 흔들었다. 창원지검이 K리그 승부조작과 관련해 기소한 전ㆍ현 프로축구 선수는 59명(전주 1명 제외)에 달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K리그에 등록한 내국인 선수(603명)의 10%에 이르는 광범위한 규모다.
연맹은 승부조작 관련자를 엄벌하며 후속조치에 나섰다. 지금까지 승부조작 연루자 65명 중 62명에게 선수자격 영구박탈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연맹은 '승부조작의 온상'이 된 컵대회를 내년부터 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연맹은 승부조작의 싹을 자르기 위해 자정 노력을 약속하고 있다.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도 EWS(Early Warning Systemㆍ조기경보시스템)를 통해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은 선수의 부모들은 '축구와 등불'이라는 봉사 모임을 만들어 자식 대신 속죄하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sy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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