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제역 가축매몰지 300곳 중 4분의 1에서 사실상 침출수 유출을 인정하는 최종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침출수 유출'이 아닌 '유출가능성'이라고 고집해 또 한번 비난을 샀다.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는 20일 "취약 매몰지 300곳의 반경 5m 내에 설치한 관측정을 올해 1~4분기 조사한 결과 71곳이 '침출수 유출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나타났으며 58곳은 '지속관찰이 필요한 곳'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71곳은 지역별로 경기도(33곳), 경북(12곳), 강원(8곳), 충남(7곳) 등의 매몰지로, 환경부는 이설조치(34개), 차수벽 설치 등 보강작업(23개), 침출수 수거(24개) 등의 조치를 취했거나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속관찰이 필요한 58곳에 대해서도 매몰지 보강조치 등을 취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대상 300곳은 전국 4,799개의 매몰지 중 하천 인근 등에 있어 침출수 유출우려가 높은 매몰지를 추린 것으로 관측정의 암모니아성 질소와 염소이온 등을 측정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또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매몰지 주변 300m 이내의 지하수 관정 8,081곳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2,917곳에서 살모넬라, 대장균 등 병원성 미생물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지만 침출수와는 직접적 상관이 없는 오염이라고 덧붙였다.
침출수 유출 늑장발표와 사실부인 등 무조건 '안전하다'고 답변해 온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환경단체 등은 이미 지난 2월 강원 홍천 등의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됐다는 조사결과를 내놓는 등 꾸준히 침출수 유출 의혹을 제기했으나 정부는 이를 일체 부인해왔다. 내년도 조사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300곳 중 침출수 유출이 확실한 곳이 105곳'이라는 내용이 담겼으나 "침출수 유출로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었다. 20일에도 환경부 관계자는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곳'이 유출됐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유출(됐다는 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며 확인을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올 상반기에 제대로만 조사했어도 이미 침출수 유출여부를 밝힐 수 있었는데 부처 간 책임을 미루다가 기회를 놓쳤다"며 "침출수 유출가능성이 높은 71곳의 위치를 공개하고 매몰지 4,000여곳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