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은 돈 대신 명예를 택했다.
박찬호(38)가 공식적으로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박찬호는 2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연봉 2,400만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파격적인 '기부 계약' 형식이다.
박찬호는 "언젠가는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큰 그림을 그려 왔다"며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씨앗을 뿌리겠다는 각오다. 어제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왔는데도 힘이 넘친다"고 미소 지었다.
2,400만원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선수 등록을 하는데 최저 연봉이다. 당초 한화는 에이스인 류현진의 몸값에 맞춰 박찬호에게 옵션 포함 최대 6억원(연봉 4억원∙옵션 2억원)을 제시하려고 했다. 한화는 박찬호의 뜻에 따라 이 돈을 유소년과 아마추어 야구 발전 기금으로 쓸 예정이다. 박찬호는 이날 입단식에서 연봉 2,400만원도 유소년 야구선수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에 쓰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보수 없이 내년 시즌을 뛰는 셈이다. 박찬호는 "얼마를 받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사회 환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통 큰 제안은 야구팬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연봉으로만 9,000만달러(약 1,045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2006년 샌디에이고에서는 연봉 1,550만달러(약 180억원)를 받았다. 국내 환경을 메이저리그와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박찬호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한화가 적정 수준의 연봉은 보장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박찬호는 그러나 최근 몸값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고, 결국 파격적인 기부로 자신을 받아준 한국프로야구에 화답했다. 2,400만원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받았던 연봉(10만9,000달러)보다도 훨씬 적다.
박찬호는 "부상은 완쾌됐다. 베테랑 역할을 할 자신이 있다"며 "아까 감독님께서 '골든글러브 받아야지'라고 하셔서 '골든글러브 받게 해주십쇼'라고 대답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아직 던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 보직을 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선발 한 자리를 맡아주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젊은 투수들에게 많은 노하우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입단식에는 지난주 먼저 복귀한 김태균을 비롯해 주장 한상훈과 박정진이 참석했다. 이들은 박찬호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형님'의 귀환을 축하했다. 박찬호는 프로 2년차 왼손투수 김경태의 양보로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줄곧 달았던 등번호 61번을 받았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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